▲ 하회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퍽퍽한 일상이 문득 싫어질 때, 물길이 고요히 돌아 흐르는 오래된 마을을 떠올린다. 물소리, 바람소리 따라 걸으며 곰삭은 시간의 향기를 음미하다 보면 근육의 긴장 풀어지고 마음은 급할 것 없이 참 게을러 진다. ‘힐링’이 별거일까. 시간 멈춘 곳에서 시름 잊고 실컷 게으름 부리면 정신 또렷해지고 온몸에 생기가 도니 이게 힐링이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은 설명 필요 없는 여행지다. ‘S’자로 아름답게 휘어지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너른 풍산 들판 지나면 닿을 수 있다.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위치한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이다. 원래 허씨들이 모여 살았다가 고려시대에는 안씨 집성촌이었다. 독특한 유교 문화가 남아 있는데다 마을을 크게 에두르는 낙동강을 비롯한 주변 자연이 아름다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유네스코가 이 가치를 인정해 2010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느린 걸음으로 마을 구경한다. 고층빌딩에 익숙한 도시인에게 오래된 한옥과 정갈한 돌담이 참 반갑다. 하회마을에는 남북 방향으로 큰 길이 있다. 이 길을 경계로 위쪽이 북촌, 아래쪽이 남촌이다. 북촌에서는 풍산 류 씨의 종택 양진당(보물 제306호)과 넉넉한 양반집을 대표하는 북촌댁을 찾아본다. 남촌에는 서애 류성룡의 종택인 충효당(보물 제414호)과 남촌댁은 꼭 본다.
마을 중앙에는 삼신당이 있다. 오랜 민속 신앙을 살필 수 있는 곳으로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의 안녕을 비는 동제가 지금도 행해진다. 수령 600년 넘는 느티나무 고목이 웅장하고 신령스럽다. 강변도 걸어본다. 너른 모래사장이 운치가 있고, 소나무들 빼곡한 풍경도 우아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려는 전통적인 한국인이 삶을 오롯이 경험하게 된다. 
하회마을의 고택이나 민박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다. 한 밤을 보내고 나면 마을이 더욱 포근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하회별신굿탈 전수관에서는 하회탈이 등장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도 볼 수 있다.
하회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부용대다. 마을에서 물길 건너 보이는 언덕이다. 나룻배 타고 갈 수 있고 에둘러 차로도 들머리까지 갈 수 있다.
부용대 가는 길에는 유성룡이 임진왜란에 대한 회고를 담은 ‘징비록’을 집필했던 옥연정사가 있다. 옥연정사 옆에는 서애의 형님 겸암 류운룡의 화천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2층에 오르면 낙동강과 하회마을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화천서원에서 조금만 더 걸어 오르면 부용대다. 발 아래 보이는 마을 풍경이 참 예쁘다. 부용대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류운룡이 제자들을 가르쳤던 겸암정사가 보인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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