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훈련의 성과에 따라 경주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이상엽] 동계훈련 기간 철저한 준비를 한 선수들이 날씨가 풀리면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숨겨왔던 기량을 뽐내며 경륜 판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경륜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달라진 선수들을 지켜볼 것을 조언한다.
 
◇소극적인 선수가 갑자기 몸싸움에 적극성을 보일 경우
경륜은 기량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실력 좋은 선수를 잘 마크하면 입상권 진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마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 외선에서 거친 몸싸움을 펼쳐야만 한다. 몸싸움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쉽지 않다. 기량이 떨어지면 대열을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싸움에 소극적이었던 선수가 갑자기 적극성을 보인다면 반드시 체크를 해야 한다. 동계훈련 동안 몸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지난 광명 12회차(3월 23일~25일) 경주에 출전한 양승규가 대표적이다. 양승규는 평소 경주를 주도하기보다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성적도 좋지 못했다. 그러나 23일 11경주에서는 끌어내는 작전을 구사, 강자 뒤를 마크하지는 못했지만 강한 승부욕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양승규의 진가는 다음날인 24일 10경주에서 드러났다. 초주 선행의 불리함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라인전환을 통해 강자 주석진의 후미를 마크했고 최종 2착을 기록하는 이변을 만들었다. 25일 9경주에서는 양기원, 이창용이라는 강자를 상대로 깜짝 젖히기를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은커녕 입상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터라 더욱 큰 이변이었다.
 
◇강자 상대 젖히기를 시도하는 선수
경륜에서 초반 줄서기는 승패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자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가장 앞쪽이나 후미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결국, 기량이 열세이고 연대세력이 없는 선수들은 자리 잡기에 실패하고 승부 타이밍을 잡지 못해 부진한 성적을 거두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섣부른 반격에 나서기도 힘들다. 무리하게 기습에 나서거나 중간에 젖히기 반격을 시도하다 실패로 돌아간다면, 최하위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가끔 후미권에서 강자들을 상대로 젖히기를 시도하는 선수들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설픈 반격은 최악의 성적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반격에 나선다는 것은 훈련량이나 몸 상태가 올라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에 마크, 추입 위주의 경기를 펼치던 선수라면 더욱 기억을 해둬야 한다.
 
◇마크, 추입형 선수가 자력 승부를 펼칠 경우
후미권에 있던 선수가 갑자기 자력 승부를 펼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선행이나 젖히기에 나선다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평소 마크, 추입에 주력하던 선수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선수들도 “인터벌 훈련 등을 통해 선행 훈련을 하기는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 실행하기는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마크, 추입형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행, 젖히기를 시도해 나간다는 것은 그 만큼 몸 상태가 좋다는 의미다.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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