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덕구’ 이순재 “최민식-송강호-이병헌, 변신 두려워하지 않아”
[인터뷰] ‘덕구’ 이순재 “최민식-송강호-이병헌, 변신 두려워하지 않아”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8.04.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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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배우 이순재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올해 나이 84세, 연기 경력 62년 차의 베테랑 배우지만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과 소통할 줄 아는 이순재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7년)에서 야동에 푹 빠진 ‘야동순재’로 분해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상반된 코믹한 연기로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뜨거운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변주하는 이순재가 최근 개봉작 ‘덕구’에서 손주들밖에 모르는 덕구할배로 분해 친근하고 애틋한 ‘손주사랑’을 보여줬다.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년) 후 7년 만에 스크린 주연작으로 돌아왔다.

“그렇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작품성이 상당히 좋았다. 늙은이들 이야기라 욕심이 나기도 했고. (웃음) ‘덕구’는 할아버지와 손자 이야기라 욕심이 났다. 긴긴 세월 동안 시나리오를 수 천 편을 봤으니 조금만 읽어도 억지스러운 작품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덕구’는 아주 자연스러운 이야기였다. 억지 설정이 없이 흘러가는 내용이었다. 작품성만 봤을 때 해볼 만 했다. 사실 내 나이에 주연작이 얼마나 오겠나. (웃음)”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나.

“시나리오를 보고 울컥했다. 영화를 보며 너무 운 거 아닌가 싶어 절제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아이들을 보내는 장면도 그렇고 절제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더라. 외국영화들은 대부분 가슴을 절절하게 하지는 않는데 우리나라 영화 형식은 가슴을 절절하게 한다.”

-아역 배우들과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옛날에도 아역들과 많이 해봤다. 아역들 중에서도 말귀를 못 알아듣고 생떼를 쓰는 아이들이 있다. 강남길이 초등학생일 때 같이 연기를 했다. 이제는 뭐 같이 늙어가는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연기를 잘 한다. 워낙 아이들이 연기를 잘 하다 보니 오버를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참 자연스럽게 연기하더라. 정지훈은 참 감수성이 풍부했다. 손녀로 나온 박지윤이 워낙 어려 걱정을 했는데 이번에 많은 기여를 했다. 촬영현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다. 추운데도 짜증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친근한 시골 할아버지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연기라는 게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젊었을 때 멜로드라마 주인공을 한 친구들은 매일 그 역할만 한다. 하지만 그것만 하다 보면 이미지가 고정된다. 그 이후에는 역할이 없다. 이미지에 얽매이고 끝나버리고 마는 거다. 요즘 연기라는 기본적 개념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누구나 한 작품으로 뜰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마치 끝인 양 얽매이다 보면 그렇게 연기인생도 끝난다. 연기라는 건 끝이 없다. 자꾸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배우의 예술성은 거기서 나온다고 본다.”

-후배 남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영화에는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 등등 후배들이 참 열심히 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김명민이 역할마다 변신을 거듭하고 있고. 한 이미지에 고착하지 않는 모습이 본인의 노력으로서 나타난다. 물론 어떤 건 엉터리 작품도 있다. 그렇지만 당당하게 그들은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거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동일한 이미지에 고착화 된 배우들이 참 많다. 그게 다인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관객들이 볼 때 늘 똑같은 모습뿐인 거다. 돈은 엄청 벌었을지 모르지만.”

-‘덕구’에서는 손자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할아버지인데 실제로는 어떤 모습인가.

“아이가 자격지심을 가질까 봐 기를 살려주고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자존감을 심어준다. 실제로야 뭐 손주한테 꿈쩍 못하지. (웃음) 현 사회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취업문제가 심각하다. 만인이 다 일꾼이 돼야 하는데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점점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력은 축소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작품을 통해서라도 계속 희망을 주고 싶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문희, 신구 등 시니어배우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 담당 PD한테 ‘늙은이’ 시트콤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꼭 노인들 이야기가 아니라 한 집안의 3세대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늙은이’들도 얼마든지 드라마에 관여할 수 있다. 우리를 잘 활용하면 구색을 갖출 수 있다.”

-‘동상이몽2’에서는 아내를 향한 ‘사랑꾼’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아내가 젊었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 배우 한답시고 남편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그 점이 너무 미안하고 대단하다. 옛날엔 여성 인력이 사회에서 드물었다. 요즘은 맞벌이 시대 아닌가. 이 시대가 좀 더 빨리 왔다면 사회 정화에 좋았을 것 같다. 우리나라 민족이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수난을 당하고도 무사할 수 있었던 건 모성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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