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조만간 공모 코스닥벤처펀드는 소프트클로징을 할 생각입니다. 우리처럼 메자닌(CB, BW, RCPS 등)에 강한 운용사도 이 정도인데 다른 운용사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코스닥벤처펀드의 흥행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코스닥벤처펀드의 ‘열풍’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출시 8거래일 만에 판매액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공모펀드에는 제약이 따라, 저변 확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펀드’는 애초 목표로 했던 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지난 9일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중단)을 선언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225억원이 들어와 목표 판매액을 채워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메자닌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 때문은 아니고 일단 운용해보고 시스템의 안정성과 전략을 점검한 뒤 다시 판매를 재개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IBK기업은행 마포지점에서 열린 코스닥벤처펀드 출범 행사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하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전환상환우선주(RCPS) 등 메자닌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한 운용사 임원은 “삼성운용이 자신 있었으면 200억원 만에 펀드 문을 닫을리가 없다”며 “그간 대형주 위주로 투자해 네트워크가 없어 BW나 CB 등 메자닌 확보에 곤란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누적 판매액이 2,487억원인데 비해, 사모는 8,664억원에 달했다. 물론 공모(7개)에 비해 사모(86개) 펀드수가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 자칫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모를 중심으로 코스닥벤처펀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열풍을 국민들이 체감하기는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원회와 정부가 의도한 ‘국민과 함께하는’ 코스닥벤처펀드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비상장 및 상장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과 CB, BW, RCPS 등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공모펀드는 두 곳 이상의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의 CB나 BW에만 투자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신용등급을 받지 않은 회사채도 자유롭게 담을 수 있어 운용이 훨씬 자유롭다. 15%를 모두 주식을 채워도 되지만 생존이 불확실한 벤처기업에 전량 주식으로 투자하는 건 펀드와 투자자에 큰 부담이다.

이미 코스닥벤처펀드는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후 7년 이내의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 기업이 발행한 주식(구주) 등에 투자해야 해 펀드에 위험자산인 주식은 충분히 들어간다. 때문에 메자닌 물량 확보가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CB와 BW는 보통 대주주의 경영권 양도 등 목적으로 사모로 발행돼 ‘그들만의 리그’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영세한 벤처기업이 CB·BW에 신용평가를 의뢰할 정도면 차라리 은행에서 대출받는 게 더 빠르고 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수수료가 통상 1% 미만인데, 운용사가 벤처기업 CB·BW를 펀드에 담기 위해 신용평가 수수료를 직접 부담하거나 고객에 떠넘기기도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환태 금투협 자산운용지원부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인데, 결과적으로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쏠림현상을 가져왔다”면서 “금융위에 공모 코스닥벤처펀드도 신용등급을 받지 않은 CB·BW를 편입할 수 있도록 건의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종옥 하나UBS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아예 CB·BW는 펀드에 편입할 생각도 하지 않고, RCPS와 공모주 등 주식 위주로 편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위윤덕 디에스자산운용 대표는 “CB·BW 신용등급 받는 게 기업에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고 공모펀드로서는 15%를 채우는 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면서 “그래도 공모펀드 운용사들의 출시가 늘어나면 전체 자금 비중의 40%는 공모펀드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 대표는 전체 코스닥벤처펀드 판매액이 3조원은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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