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내정됐다. 

농협금융은 19일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김 전 원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후보 추천을 결의하고 다음주 주주총회를 열어 김광수 회장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재정경제부 국세조세과장, 금융정책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을 맡고 있다.

이날 임추위가 개최되기 김용환 현 농협금융 회장이 후보직에서 돌연 사퇴함에 따라 사실상 김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지난 임추위 때 차기 회장 후보자로 김 회장, 김 내정자,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 3명이 선정됐으나 윤 전 행장이 김 회장에 앞서 고사해 차기 회장 후보자로 김 내정자만 남게 돼서다.

농협금융 노조는 윤 전 행장이 후보직을 고사하자 3배수 이상의 최종 후보자를 재결정하라고 요구했으나 농협금융 임추위는 현 시점에서 후보자를 추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단독 후보가 된 김 내정자를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임추위는 김 내정자와 한 시간 가량 심층면접을 진행하고서 만장일치로 김광수 내정자를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앞서 김 회장은 2012년 농협금융이 출범한 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바 있어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됐다. 

김 회장의 첫 임기는 2년이고, 연임한 임기는 1년이다. 오는 28일로 임기 3년을 채운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한편, 김 내정자의 드라마틱한 인생스토리가 관심을 끈다. 그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시절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으로 김석동 당시 금융정책국장과 함께 이른바 '금정라인'을 형성,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주요 인물로 부상했다.

하지만 2011년 6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뇌물수수 공무원'으로 전락했다. 당시 그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해 열린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공직에서도 파면됐다.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2013년 1월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그해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 내정자는 무죄 확정판결을 근거로 안전행정부로부터 복직 결정을 받고 금융위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김 내정자를 증권선물위원으로 영입하려는 금융위의 행보에 청와대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또 당시 조준희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낙하산 논란' 끝에 기업은행장행도 무산됐다.결국 복직 6개월 만인 2014년 5월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내정자는 공직에 있을 때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선후배 사이에 신망도 두터웠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검찰 수사 당시에도 김 내정자가 저축은행 비리에 관여할 만한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동정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는 새 정부 들어 김 내정자가 금융기관장 후보자로 계속해서 하마평에 오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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