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 기자]곽병열 KEB하나은행 투자컨설팅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바이오주가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를 겪은 데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종목은 이미 실적이 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곽 매니저는 “약국에 가보면 이미 바이오주의 약은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다”면서 “전기차를 거의 찾기 어렵고 충전소만 가끔 보임에도 전기차주가 들썩이는 걸 감안하면 바이오주 열풍을 거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곽병열 KEB하나은행 투자컨설팅부 포트폴리오 매니저/사진=한스경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석사 출신인 그는 유진투자증권, 현대증권, KB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면서 투자전략 분야에서 꽤 이름을 날리던 애널리스트다. 2015년에는 한 매체가 주관한 ‘증권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기관투자자를 위해 투자전략을 짜던 곽 매니저는 이제 개인 고객의 자산배분을 책임지고 있다. 개미투자자가 정말 이길 수 있는 재테크 전략을 고민 중이다. 동양 인문학 고전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지난달 21일 ‘개미가 이긴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해 개인투자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개미가 이긴다는 그가 주식시장에서 갈고 닦은 투자전략을 손자병법에 접목 시켜 풀어낸 책이다. 그는 “삼국지 속 제갈량이나 초한지의 장량과 같은 책사(策士)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집필했다”면서 “고객을 삼국지의 유비라고 생각하고 잘 이끌겠다는 암시를 늘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양고전은 동양인이라면 누구나 DNA 흐르고 있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곽 매니저는 여러 동양고전 중에서도 손자병법에 모든 전략전술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책에서는 13라운드까지 손자병법의 목차를 그대로 따 주식투자와 거시경제의 흐름을 살펴본다. 이를테면 제9라운드 ‘행군’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늪지(소택)에 빠진 것으로 묘사한다.

곽 매니저는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경제는 1990년대 초반 어려움을 겪다가 1994~1997년은 회복 국면이 나타났다”면서 “우리나라와 전세계 경기가 2016년 하반기부터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시 일본경제가 1997년 글로벌 외환 위기로 드라마틱한 회복에는 실패했지만 제약바이오와 편의점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냈다”면서 “특히 일본의 1위 제약 업체인 다케다제약 주가가 급등하는 등 고령화 이슈가 부각되는 모습을 보여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해 볼만하다”고 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뿐 아니라, 급등세를 보이다가 최근 주춤한 베트남 증시 역시 ‘늪지’로 표현했다. 그는 “베트남 증시가 우리나라 10분의 1밖에 안되는데 자산 대부분을 투자하는 건 무리”라면서 “늪지는 보통 비상장주식 등 성장성이 높아 장기 투자할만한 곳인데, 베트남은 거의 지난 1년간 20%대로 상승해 이제는 5~6% 하락할 수 있다.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 한국시장의 10% 비중만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가 개별적인 종목이나 업종 투자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건 제5라운드에 언급한 ‘병세’다. 쉽게 말해 사물을 움직이는 원천인 ‘에너지’를 말한다. 미국의 통화정책이나 대선 이후 경기순환사이클 따위다. 대선과 주가 사이클을 보면 한국은 임기 전반부(1~3년차)에 양호한 주가흐름을 보이다가 후반부(4~5년차)에는 부진한 연간 수익률을 보이는 ‘상고하저’ 경향이 나타난다. 임기 전반 주가 하강세가 나타나는 미국과는 정반대다.

글로벌 증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해 그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연 3%를 넘어가면서 금리인상 우려가 커졌지만 과거 기준 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에 주가가 내린 적은 단한 번도 없다”면서 “금리가 올라갈 때는 기업 매출 안 떨어져 오히려 경제는 성장국면을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유가 등 원자재 상승세가 주춤하고 미국 금리는 3%를 전후로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금리 상승 속도가 완만하면 기업이 적응할 수 있고 기업매출도 과거 단 한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제12라운드에서 ‘화공’을 다뤘다. 불로 공격한다는 뜻으로 손자 시대 가장 치명적 대량 살상 무기였다. 곽 연구원은 이를 주식사장에서 부채(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로 비유했다. 그는 “시장에서 남들이 화공을 사용할 때는 모두 빚을 일으켜 재테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바람이 역방향으로 불면 내가 불에 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요즘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남북경협주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과거에 비해 북미정삼회담까지 예정돼 있어 기대를 갖는 게 맞지만 냉정하게 봐야한다”면서 “정말 북한 인프라 사업 수주가 가능하고 관련 원천기술이 있는 종목인지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수혜를 입는 건 정작 대형주”라면서 “저평가 돼 있는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 매니저는 개인투자자의 원성이 자자한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자율화 국제규격에 맞춰 완전히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에 포함돼 있다”며 “선진시장으로 인정받으려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없앨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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