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위한 거래정지를 마치고 4일부터 거래를 재개한다. 이에 삼성증권의 배당착오 사고, 이른바 ‘팻 핑거’(주문실수)가 발생하지 않을까 증권가 유관기관이 비상사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코스콤·한국증권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은 삼성전자 액면분할 관계 부서가 8시 이전에 출근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의 팻 핑거 사고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삼성그룹을 관련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사실 액면분할은 수도 없이 일어나는 흔한 일인데, 삼성증권 사고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 등이 겹치면서 금감원이 눈을 새파랗게 뜨고 있으니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쪽은 역시 거래소다. 지난달 30일부터 256만원에 거래정지 중인 삼성전자 기준가를 내일부터는 50분의 1인 5만3,000원으로 변경해 코스콤에 넘겨줘야 한다. 1,000원 단위인 호가도 100원으로 줄여야 한다.

혹시라도 기준가를 잘못 작성하면 주가 등락률이 달라지거나 주식 거래 단위에 착오가 생기면서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기준가 256만원이 내일도 그대로 간다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산술적으로 현재 340조원 수준에서 1경7,000조원 규모로 폭발하게 된다. 거래소는 이날 오후부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재개에 대비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기준가와 관련 없이 기존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수를 50배로 늘려 거래 주식 수를 불어나게 해준다. 삼성전자의 현재 상장주식수는 1억2,838만6,494주. 이게 50배인 64억1,932만4,700주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증권이 잘못 입고한 주식이 28억주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지 알 수 있다.

또 예탁결제원은 각 증권사와 코스콤의 종합증권·파생상품업무시스템인 파워베이스에 삼성전자 관련 정보(기준가, 주식수 등)를 넘겨준다.

코스콤은 거래소로부터 기준가를 받아 정확히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고 거래가 안전하게 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특히 주식수가 급증하고 액면가가 낮아져 거래가 폭증해 시스템이 마비(다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 액면분할과 가장 거리가 멀게 떨어져 있는 증권금융은 대차거래 등을 위해 예치 담보로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수를 예탁결제원이 정한대로 50배로 늘려 잡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과는 달리 시스템이 많이 좋아져 단순히 주식수가 급증했다는 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삼성증권 사태는 시스템 문제라기 보다는 인재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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