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지현우는 원조 ‘국민 연하남’으로 불렸다. 특유의 눈웃음과 부드러운 이미지, 훤칠한 키는 일명 ‘누나’들이 바라는 ‘연하남’ 이미지에 적합했다. 대중의 기대에 따라 지현우는 수 없이 많은 멜로물에 출연해 자신의 특화된 장점을 잘 살린 연기를 보여줬다. 그런 지현우에게 영화 ‘살인소설’(4월 25일 개봉)은 꽤 신선한 도전이다. 로맨틱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로 분해 영화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신랄한 정치풍자극으로 돌아온 지현우는 “시나리오가 참 독특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인 김순태 역이 마음에 들었나.

“캐릭터보다 시나리오가 좋았다. 한 번 읽고 나서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 보니 디테일한 장치들이 많이 보였다. 기존에 해 본 적 없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애초에 예산이 큰 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설픈 추격신같은 장면을 넣는 것보다 한 장소에서 연극처럼 연기를 하는 게 오히려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스크린으로 자신의 연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낯설었다. 모니터로 본 모습과 달랐다. 그래도 나쁘지 않게 연기한 것 같다. 기존에 멜로나 로맨틱코미디물을 연기할 때 감정과는 너무 달랐다. 처음 연기한 캐릭터라 재미있었다.”

-‘Mr. 아이돌’ 이후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인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영화 쪽은 시나리오가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웃음) 또 요즘은 극장에서 개봉하는 멜로 영화가 많이 없지 않나. 물론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최근에 흥행을 하긴 했지만. 대중들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는 멜로, 로맨스를 하는 배우로 인식이 돼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많이 부름을 받지 못했다. 살인자 같은 캐릭터로 몇 번 출연 제안을 받긴 했지만 연기로 표현 못하겠다 싶어 거절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살인소설’ 속 순태는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7년 만에 돌아온 영화 촬영장인데 달라진 게 있다면.

“생각보다 내가 꽤 나이를 먹었더라. 어린 제작진들이 내게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현장이 됐다.”

-이제 35세인데 나이를 체감할 때가 있나.

“나는 항상 어리다고 생각을 하는데 별 것 아닌 것에 작아질 때가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어린 친구들이 줄임말을 할 때 못 알아듣는 내 모습을 보며 ‘아 이제 내가 나이가 들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 주변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새 생명이 태어난 걸 보거나 팬들이 배가 불러 오는 모습을 보곤 한다. 아무래도 후배가 많아진 거겠지. 당당했던 내 모습이 더 당당한 후배들한테 밀릴 때도 있고.”

-요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보며 원조 연하남으로서 많은 생각을 했겠다.

“그냥 너무 재미있게 봤다.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 연하남이라서가 아니라 대사도 많지 않고 음악을 깔아주며 그들이 뮤직비디오처럼 행동을 하는 데 공감이 갔다. 시청자들의 방어를 허무는 것 같다. 그렇게 감정선을 끌고 가는 드라마라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예)지원 누나가 나온 MBC ‘키스 먼저 할까요’도 재미있게 봤다. 20대의 멜로와는 다른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까봐 거리를 두는 연기랄까. 요즘 여성 시청자처럼 드라마를 보고 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도 재미있게 봤다. (웃음)”

-‘송곳’ ‘원티드’ 등 주로 사회성을 띤 작품에 출연했는데 ‘연하남’ 이미지를 벗고 싶었나.

“그런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연기했을 뿐이다. ‘송곳’을 하고 나서 그런 성향을 띤 작품이 더 많이 들어왔다. ‘이 작품을 꼭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움직인 건 아니다.”

-다시 멜로물을 하고 싶은가.

“이제 하려고 한다. 친구 아내들이 멜로 작품에 출연하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한다. 사실 나도 이제 힘든 작품보다 멜로물에 더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다. 장르성을 띤 드라마는 더 진중해야 하고 아픈 사람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어서 현장에서 더 예민해진다. 편하게 웃고 싶다. 요즘 날 보고 연애세포가 죽었다고 하는데 멜로물을 하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웃음) 마음의 감수성과 온도를 잘 유지하고 싶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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