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드 멤버 정재윤, 김조한, 이준(왼쪽부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1990년대는 국내 대중가요의 르네상스 시대였다. 비교적 향유하는 음악의 폭이 좁았던 당시에 힙합, 발라드, R&B 등 여러 새로운 장르들이 소개됐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며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K팝의 사운드들이 발생했다. ‘이 밤의 끝을 잡고’로 R&B가 뭔지를 국내 리스너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솔리드는 이후 대중에게 흔히 R&B 그룹으로 기억되게 됐다. 그런 이들이 약 20년 만에 뭉쳐 늘어지는 바이브레이션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퓨트로 장르의 곡 ‘인투 더 라이트’를 발표했다.

-새 앨범을 낸 지 한 달 여다. 뭐하고 지내고 있나.

김조한=“이달 열리는 공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가 방송 위주로 인사한 게 아니라 음반으로 먼저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지 않았나. 그래서 공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공연 연습을 하느라 시간이 그렇지 많진 않다. 라디오와 TV 스케줄이 몇 있다.”

-오랜만에 셋이 같이 활동하는데 어떤가.

정재윤=“우리 셋이 뭉치면 항상 재미있다. 그건 이전과 다르지 않다. 조한이의 경우에는 지난 21년 동안 계속 가수 활동을 했기 때문에 녹음을 할 때 더 좋아진 것 같다.”

이준=“나만 실력이 거꾸로 간 것 같다. 두 분은 계속 발전하고 그랬는데 나는 완전히 제자리걸음을 한 느낌이 나더라. 이번 앨범에서 노래도 하고 랩도 했는데,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많이 변한 것 같다.”

공연 준비하는 솔리드

-단독 공연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김조한=“공연을 오랜만에 하니까 사실 긴장을 했다.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다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솔리드의 공연을 보러 오고 싶을까를 짐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켓이 오픈된 지 약 5분 만에 매진이 됐다고 하더라. 정말 놀랐다. 우리 팬들 가운데 ‘21년이나 기다렸다. 난 진정한 팬이다. 그런데 콘서트도 못 가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하루 더 열게 됐다.”

공연 준비하는 솔리드

-세트리스트 구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김조한=“한 일주일 동안 모든 곡을 다 듣고 템포와 느낌을 정리했다. 또 우리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몇 곡 있어서 그 부분도 신경을 썼다. 연주와 공연의 흐름을 고려해서 세트리스트를 짰다. 팝을 커버할까 생각도 했는데 우리 곡으로만 세트리스트를 구성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솔리드의 자부심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노래만으로도 꾸미고 싶은 무대가 너무 많다. 추억이 깃든, 큰 사랑을 받았던 노래들이 많아서 어떻게 무대를 구성하고 사운드적인 면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이젠 우리나라에도 해외 공연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국내 자체 공연도 많잖나. 그래서 우리도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공연에 대해 살짝 귀띔을 해 준다면.

정재윤=“비주얼과 같이 움직이는 공연이 될 것 같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그런 스토리텔링이 있는 공연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준=“예전에는 춤도 추고 그랬는데 이제는 이미지적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더 뮤지션처럼 보이게끔 만들고 싶다. 멤버들이 악기를 다루고 나는 디제잉을 한다. 뮤지션십이 더 중심이라는 게 이번 공연을 보면 느껴질 거다.”

-예전 활동 때와 환경적으로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이준=“실험형 아티스트가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런 데에는 물론 제작자들의 책임도 있을 거다. 지금 나오는 가수들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들 모두 놀라운 탤런트를 가지고 있더라. 예전에 비해 가수들이 탤런트는 다들 넘치는데 다 비슷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정재윤=“K팝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 자체가 큰 차이다. 우리가 있을 땐 거의 국내에서만 활동했는데 이제는 해외에까지 K팝이 알려졌으니까. 어떻게 보면 세계적인 레벨로 우리 음악이 나가기 시작했다는 거 아닐까 싶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우리나라 음악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싶다.”

-솔리드는 어떤 그룹으로 기억될까.

김조한=“개인적으로 정말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작품마다 다른 면을 보여주는 연기자인 것 같다. 첫 번째 작품에서 했던 연기를 열 번째 작품에서도 한다면 ‘이 사람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가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솔리드로 활동할 때 R&B 노래 ‘이 밤의 끝을 잡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R&B 곡을 부른 가수의 또 다른 히트 곡이 ‘천생연분’이다. 사실 매칭이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그게 우리의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혼자 활동을 하면서 자꾸 발라드를 부르게 되더라. 그런 느낌을 깨고 싶었다. 프로듀서와 곡에 따라서 좋은 연기자, 좋은 가수로 계속 새로운 면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게 나의 자부심이다.”

정재윤=“1990년대 초반에 나왔던 가수와 음악들 덕에 K팝의 사운드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지금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면, 그것의 시작 즈음에 있었던 가수로 솔리드를 생각해 주면 좋겠다. 또 21년 만에 다시 뭉쳐서 앨범을 냈는데도 ‘여전히 세련됐다’는 말을 들을 때 기쁘다.”

사진=솔리드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