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최근 한국 영화계에 일본 소설과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벌써 ‘골든슬럼버’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이 한국 관객과 만났고 개봉을 앞둔 영화가 여러 편이다. 유행처럼 번진 일본 작품 리메이크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을 모양새다.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버닝’은 알다시피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매우 짧은 분량의 단편 소설이 이창동 감독의 통찰력을 더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됐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시’(2010년)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은 “청춘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제작비 15억 원을 들인 ‘리틀 포레스트’ 역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국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딱히 이렇다 할 멜로도 사건도 없었지만 영화는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80만 명의 두 배 가까운 성적으로 흥행했다.

이치카와 다쿠지의 원작 소설을 리메이크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역시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장기 흥행에 성공, 260만 관객을 동원했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장 취약한 장르로 꼽히는 멜로가 흥행했다는 것만으로 화제가 됐다.

한국 영화 제작사가 일본 작품을 다시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범죄액션이나 스릴러라는 장르가 이미 포화 상태라 새로운 소재나 장르가 아니고서야 관객들의 지갑을 여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2년 전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유해진의 ‘럭키’가 697만 명을 동원하며 예기치 못한 흥행 축포를 터트리자 일본 작품을 향한 국내 영화계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게다가 2017년 초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371만 명의 관객을 동원, 역대 재패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일본 영화 리메이크 붐을 이끌었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하는 강동원, 정우성, 김지운 감독의 ‘인랑’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새롭게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 남북한이 7년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통일을 선포한 가운데, 반통일 무장 테러단체 섹트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경찰조직인 특기대, 그리고 통일정책에 반대하는 강력한 권력기관인 공안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격돌을 그린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화계가 소재 고갈에 시달리며 다양성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일본 작품은 한국과 정서적으로 이질감이 덜하고, 콘텐츠가 아직 많이 소비되지 않았다는 점이 제작자에게 매력적인 이유로 꼽힌다. 한 관계자는 “일본 작품들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많이 리메이크 되지 않았다. 콘텐츠의 다양화와 정서적 동질감이 형성된 작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물론 국내 관객들에게 인지도가 있고 흥행이 검증된 작품이라고 해서 모든 리메이크작이 성공적인 건 아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기 원작이 지닌 메시지에도 충실해야겠지만 국내 관객의 입맛에 맞는 각색과 감성으로 바꾸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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