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이 세월호 희생자 희화화 논란에 무릎을 꿇었다. 제작진은 물론 최승호 MBC 사장까지 나서 사과하고, 진상조사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영자는 제작진의 실수로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됐다. 앞서 방송인 김생민의 성추행 논란을 슬기롭게 극복한 ‘전참시’. 이번 사태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오르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폐지만이 답인 걸까.

이영자와 매니저는 지난 5일 방송에서 바자회 도중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몰래 어묵을 먹었다. 이 과정에서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란 자막과 함께 세월호 관련 뉴스 화면이 배경으로 사용 됐다. 우익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은 어묵을 ‘세월호 희생자들이 익사해 물고기 밥이 됐다’라며 조롱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제작진 및 MBC는 “해당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이라며 “편집 후반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해 심려를 끼쳤다. 관련자의 책임을 물을 것”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최승호 사장까지 나서 “이영자씨에게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MBC는 세월호 가족 대책위 변호인단인 오세범 변호사를 비롯해 사내 5명 등 총 6명의 진상조사위원을 구성해 활동에 나섰다. 수많은 뉴스 속보 중 세월호 보도 장면을 사용해 의도적이라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제작진이 세월호 뉴스 자료를 알고도 사용했다는 단체 카톡방 내용이 공개 돼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 MBC는 “1차 조사 결과, 단톡방에서 세월호를 언급한 대화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2차 조사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 및 노동조합이 참여해 미진한 부분을 점검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제작진 중 일베 회원이 있는 게 아니냐’며 책임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빗발쳤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광진 전 의원 등 정치권에서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긴급 논의 끝에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전참시’는 스타와 매니저의 일상을 리얼하게 그려 MBC 예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프로그램. 지난 3월 정규 편성된 후 토요일 오후 11시 늦은 시간대에도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 비결의 1등 공신은 이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보적인 먹방과 맛깔나는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기에 이번 논란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전참시’는 지난 12일에 이어 19일 결방을 결정했다. 프로그램 폐지 여부를 쉽게 결정하기 보다, 철저한 조사 후 재발방지책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