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의 시저스킥] 바나나 까먹던 이승우와 월드컵에 나설 이승우
[박종민의 시저스킥] 바나나 까먹던 이승우와 월드컵에 나설 이승우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8.05.18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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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사진=박종민 기자.
취재진 앞에서 바나나를 까먹는 이승우./사진=박종민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딱 1년 전 얘기다.

국내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열렸던 지난 해 5월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만난 이승우(20ㆍ헬라스 베로나)에겐 또래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훈련 도중 스탠딩 인터뷰에 나선 다른 선수들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거나 경직된 자세로 있었지만, 이승우는 당당하면서도 편안해 했다.

이승우 프로필
이승우 프로필

인터뷰를 하면서 바나나를 까 먹는 취재원은 이승우가 처음이었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스스럼없이 간식을 챙겨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머리 한 켠에는 ‘SW'라는 영문 알파벳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여섯 번 승리(Six Win)해서 수원(Suwon)으로 가겠다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당시 한국은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 이어 16강전과 8강전, 준결승전까지 6경기를 내리 승리하면 수원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 후베닐A 등 명문 유스 시스템을 거친 만큼 개성도, 실력도, 자부심도 남달라 보였다. 한 축구 관계자는 “이승우 같이 개성 있는 선수도 우리 나라에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우는 U-20 월드컵 3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활약,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신태용 아이들’의 에이스였던 이승우는 1년 만에 다시 신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번엔 A대표팀이다.

지난 6일(한국시간) 열린 AC밀란과의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정규리그 경기에서 프로 데뷔 골을 터뜨렸고 이어 13일 우디네세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이전까진 출전 기회조차 적었던 탓에 이승우의 발탁을 두고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축구계 일부에선 어정쩡한 기량의 선수보다 어린 이승우를 실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승우./사진=KFA 제공.
이승우./사진=KFA 제공.

이승우가 다음 달 3일 발표되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23인)에 들지는 미지수이지만, 28인 명단에 뽑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잘 한 결정이란 생각이다. 촉망 받는 막내 이승우의 발탁은 대표팀 내부 경쟁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 넣기에 충분하다.

아시아 축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승우는 상대적으로 피지컬과 주력의 뒷심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도 민첩한 움직임과 반 박자 빠른 패스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인 멕시코에 이승우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 많은 편이다. 멕시코전이나 1차전인 스웨덴전에서 ‘조커’로 기용한다면 예상 외로 선전할 수 있다”고 활용법을 설명했다.

기자는 약 3년 전 이승우의 ‘튀는’ 헤어스타일과 행동에 대해 ‘개성과 도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며 우려를 표하는 기사를 썼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개성이 넘치는 것과 예의 없는 것, 그리고 팀 워크를 와해하는 것은 서로 별개의 문제다. ‘이승우표 축구’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음 달 러시아 월드컵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승우를 보고 싶다.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그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쐐기를 박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영표(41) KBS 축구해설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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