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NH투자증권이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한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오후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단기금융업 인가는 초대형 IB의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사업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오는 30일 금융위원회 의결 절차 후 금융투자협회 약관 심사를 거치면 바로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약관 심사는 10일 이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6월 중순이면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13일 초대형 IB 지정과 동시에 홀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보름여 만인 같은 달 말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춘 증권사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4조7,811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발행어음으로 1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부터 단기금융업 인가에 대비해 ‘전략투자운용부’를 신설, 운영해 왔지만, 지난해 11월 초대형 IB 출범 당시에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3조6,000억원 수준의 채무보증과 주요주주로 참여한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의 인허가 특혜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금감원이 최근 NH투자증권 단기금융업 인가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증선위로 안건을 넘겼고, 초대형 IB 지정 6개월 만에 드디어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이달 17일 NH투자증권을 방문해 힘을 실었다.

특히 김 회장이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서비스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지냈고 금융위원장을 꿈꿨을 만큼 입지가 탄탄했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인가로 그간 발행어음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견제가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말까지 2조2,755억원 규모 발행어음을 팔아치웠다.

이에 비해 초대형 IB로 지정된 다른 3개 증권사는 단기금융업 인가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NH투자증권과 함께 유력한 발행어음 인가 후보였던 KB증권은 올해 1월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한 이후 아직 재신청하지 않고 있다. 

증선위가 지난해 12월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상정했으나 결론을 내지 않자 KB증권은 인가 신청을 스스로 철회했고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옛 현대증권 시절의 대주주 신용공여로 '기관경고' 조처가 내려진 게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까지 KB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재신청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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