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서버번을 국내에 출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국내 주행환경이나 주차공간 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23일 더 뉴 스파크 출시 행사에서 쉐보레의 대형 SUV 모델 출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최근 한국지엠이 국내 시장에 잔류할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트레버스와 서버번 등 GM을 대표하는 대형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트래버스와 서버번은 글로벌 GM의 대표적인 대형 SUV다. 미국 시장에서 매달 각각 1만대와 5,000대 전후로 팔리는 인기 모델이다.

쉐보레 서버번. 국내에는 이방카 트럼프가 방한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쉐보레 제공

특히 서버번은 최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진이 방한에 사용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함께 고위급들의 경호용으로 자주 사용된다.

실제로 설리번 부사장은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서버번이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한국지엠은 홈페이지에서 국내 소비자들에 선호하는 글로벌 모델을 조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지엠이 대형 SUV 출시를 망설이는 이유는 넓은 전폭 때문으로 추정된다. 트래버스와 서버번은 폭이 각각 1,996mm, 2,044mm다. 2.5톤 트럭인 현대자동차 마이티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주차공간이다. 현행법상 주차 공간 폭은 최소 2.3m다. 때문에 폭이 넓은 차량은 주차가 어렵고 ‘문콕’등 파손 위험이 높다. 슬라이딩 도어를 사용한 기아차 카니발이 미니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이유도 이런 영향이 크다고 알려졌다.

트래버스. 미국에서 매달 1만대 수준 판매량을 자랑하는 인기 모델이다. 쉐보레 제공

정부가 내년 3월부터는 최소 기준을 2.5m로 늘리기로 관련법 개정을 예고한 상태이지만,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시행 전에 조성된 주차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길이 많은 국내 도로 사정도 한몫한다. 산지가 많은 지형상 국내에는 건물 사이에 만들어진 좁고 굽은 도로가 많은 편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산 대형 SUV를 소비하기 어려운 이유다.

단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인기를 보면 서버번 출시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캐딜락에 따르면 작년에 출시된 에스컬레이드 판매량은 올해 4월까지 누적 87대에 달한다. 벌써 작년 판매량(134대)의 65%를 달성했다.

캐딜락 관계자는 “에스컬레이드 물량이 모자라서 주문을 해도 1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태”라며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많아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드 익스플로러가 수입 대형 SUV 시장을 이끌어가는 상황은 트래버스 출시 가능성에 긍정적인 신호다. 미국에서 트래버스와 경쟁 모델인 익스플로러의 국내 월 판매량은 500~600대 수준이다. 올해 4월까지만해도 벌써 2,330대나 된다.

한국지엠이 포드코리아와 비교해 서비스 편의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트래버스가 가격 경쟁력만 갖춘다면 익스플로러를 충분히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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