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임원 보수 전년比 53%↑·지난해 기부금 전년比 38%↓

[한스경제 이성노] 에쓰오일이 지난 1분기에 실적 하락에도 임원 1인당 평균보수액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배당 정책으로 인해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에 거금이 배당되며 '국부유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과반 이상이 외국인인 임원은 1분기 실적 하락에도 50% 이상 상승한 보수를 챙겨가 눈총을 사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상승했음에도 기부금은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에쓰오일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오스만 알 감디 대표이사를 비롯한 11명의 임원 1분기 보수 총액은 전년 대비 53% 상승했다. /사진=에쓰오일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에쓰오일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오스만 알 감디 대표이사를 비롯한 11명의 임원 1분기 보수 총액은 7억9,561만원으로 1인당 평균보수액은 7,2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200만원과 비교해 무려 53% 상승한 수치다. 

문제는 최근 회사 실적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5조4,109억원, 영업이익 2,5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23.4% 하락했다. 그럼에도 임원진의 3개월 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올라갔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선뜻 이해가지 않는 행보다. 정유 업계는 올해 1분기에 유가의 급변한 변동과 정제마진 약세 등으로 4사 모두 하락한 실적을 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임원진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50% 이상 감소한 보수를 수령했고, 현대오일뱅크 임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챙겼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인 'A.O.C.B.V(Aramco Overseas Company B.V.)'가 대주주다. A.O.C.B.V의 지분율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보통주 기준으로 63.46%에 달한다. 

임원진 역시 과반이 외국인이다. 알 감디 대표를 비롯해 알 자이드 사외이사 그리고 4명의 기타 비상무 이사(비상근)가 등기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한국인은 김철수 이사회 의장 등 4명이다. 11명의 등기 임원 가운데 6명이 외국인이고, 이마저도 4명은 비상근 임원이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기부금은 전년 대비 38% 줄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실적 하락에도 외국인이 주를 이루는 임원진의 보수가 올라간 것과 더불어 기부금 역시 줄어들어 따가운 시선을 받는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기부금은 141억원이다. 전년(228억원) 대비 38% 줄어든 수치이며 매출(20조8,914억원) 대비 0.07%에 불과하다. 2016년 에쓰오일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0.14%였다. 

에쓰오일은 최근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에쓰오일이 배당금으로 쓴 금액은 무려 6,870억원이다. 배당성향은 53%로 2년 연속 50%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 3년 동안 아람코에 배당된 금액만 약 1조706억원에 달한다. 업계 안팎에서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배당금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국부유출이나 다름없다는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여기에 알 감디 대표이사 등 임원진의 임금 상승과 기부금 축소는 세간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에쓰오일 측은 올 1분기 임원 보수 증가에 대해서 "알 감디 대표의 보수가 많이 늘었다. 2016년 9월에 입사한 뒤 지난해 처음을 1년 동안 빠짐없이 근무했고, 지난해 성과급이 올해 초에 반영됐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기부금 축소에 대해선 "기부금은 매년 상황에 맞게 집행된다. 특히, 2016년에는 경남 지역 태풍 피해 후원금과 평창올림픽 지원금에 많이 투자했다"면서 "지난해 기부금이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앞으로 기부에 대해 더욱 많이 신경 쓸 것이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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