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오는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 스토어브랜드의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25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해외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본 국민연금의 기업관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제고 방안' 토론회에서 "주주총회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문제가 있는 기업의 경영방침에 대해서는 경고 서신 전달 혹은 경영진과 대화하는 등의 적극적 기업관여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적인 의사결정기구로 수탁자책임위원회 혹은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며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윤리위원회'와 같이 위원회 설립부터 운영하는 전 과정에서 독립성과 전문성과 투명성을 일관되게 확보하는 일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스토어브랜드는 사회책임투자(SRI) 측면에서 세계적인 모범국으로 손꼽히는 노르웨이에서도 선도적인 기업이다. 약 890억 달러에 달하는 개인연금을 운용 중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그린 본드를 발행했으며 이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다. 지난 2013년 매출액의 30% 이상을 석탄 분야에서 올리는 기업에 대한 금융투자 철회 의사를 밝혔으며 이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보다도 2년 앞섰다. 

사우게스타드 스토어브랜드 CEO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 주요 연사로 초청됐다.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강연에서 지속가능한 투자가 환경만을 위한 당위적 선택이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역설했다.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지난 2016년 처음 도입 이후 화석연료가 없는 펀드의 수익률은 거의 40%에 가깝다"며 "이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화석연료 및 이와 연관된 시설은 좌초 자산이 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석탄발전에 대한 금융지원 투자 철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유럽에서 시작됐다. 현재 아시아 금융기관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일본 최대 보험사인 니폰라이프를 비롯 일본의 대형 생명보험사 다이이치생명보험 등은 석탄발전소에 대한 금융투자를 제한하겠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스토어브랜드는 현재 96개 한국 기업에 투자 중이다. 특히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한국 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높은 편이다. 그는 금융 기관들을 비롯해 한국의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경일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장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며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각종 지침과 규정을 개정하고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하반기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한 기업관여 우려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 신중하게 생각한다"면서 "기업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정도에서 주주활동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사회책임투자 규모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SRI 강화를 위해 기금위 산하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지난해 말 내놓았다. ‘기금을 관리·운용하는 경우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기금운용지침 제 17조(책임투자)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2016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지표를 만들고 비재무적 요소를 투자 시 고려해 적절치 않으면 투자를 배제하거나 줄이게 돼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자를 낸 영국의 옥시레빗밴키져나 일본의 전범 기업, 술·도박·담배 관련 회사 등 이른바 '죄악주' 등에 투자를 막기 위해서다. 다만, 이 같은 지침은 SRI펀드 운용과 위탁운용사 등에만 적용된다. 일반 국내 주식운용과 위탁운용사는 이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이와는 별도로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했을 경우에만 손절매를 통해 추가 손실을 막는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규모는 13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EGS 평가지표가 적용되는 SRI펀드 규모는 6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최 과장은 "현재 6조9,000억원으로 전체 주식 위탁펀드의 11.5% 수준인 사회책임투자 펀드 규모를 5년 뒤 30%까지 늘리자고 제의한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연구제안 시행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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