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국내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 회장 직함을 내려놓고 해외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지배구조 압박으로 인한 회피성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미래에셋 측은 부인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3일 미래에셋대우 회장 임기 만료와 동시에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으로 선임됐다.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사실상 국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얘기다. 미래에셋 측은 다만, 2선 후퇴나 정부압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미래에셋 그룹의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제대로 작동하기 해서는 해외에 더 많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 회장 직함을 2년 역임하고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라며 “이미 지난 2016년 5월 취임사를 통해 ‘2년후 미래에셋대우가 정상화 되면 글로벌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아름다운 약속 실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에셋대우는 18년도 1분기 자기자본 8조원에 순이익 2,007억원 달성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하는 등 국내는 조직과 시스템 부분에서 기틀이 확고하게 정립됐다”면서 “해외에서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국내는 전문가들의 영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대우 뿐 아니라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른 계열사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정착돼 있어 이제는 박 회장이 해외에 집중할 때라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정부와 관계가 껄끄러워지자 일단 국내 경영에서 손을 떼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달 25일 금감원이 내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관련 네이버와의 자사주 맞교환 등 미래에셋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미래에셋그룹 통합감독의 대표회사인 만큼 이 같은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금융그룹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앞두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 초 매각을 통해 지분율을 3%대로 낮추고 19년 만에 사내이사에도 물러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공정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총수’(동일인)로 재지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박 회장의 GISO 선임이 얼마나 공정위와 금융당국 등 정부에 통할지는 두고봐야한다.

그를 옆에서 지켜본 창업 초기 멤버들조차 이번 박현주 회장의 행보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모두 미래에셋그룹을 위한 조치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창업 초기 박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했던 금융투자업계 인사 A씨는 “김대중 대통령부터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박 회장이나 미래에셋그룹이 정부와 특별히 안 좋았던 적은 없었다”면서도 “박 회장의 성향상 회피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스타일은 아니고, 경영에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ISO로 선임된다고 해도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정부의 압박이나 회피로 인한 행동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면승부를 벌이는 박 회장의 특성을 보면 정부의 압박으로 인한 2선 후퇴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다른 초기 측근 B씨는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회장 성향상 정부 압박이 거세지자 그룹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물러나자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직함과 관련 없이 박 회장이 미래에셋그룹의 주인인 건 전 국민이 아는데, 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전했다.

B씨는 “국내 첫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의 성공 이후 ‘박현주 성장형 2호’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 항의 등 위기에 처하자 2001년에도 박 회장이 미국으로 돌연 ‘유학’을 떠난 일이 있었다”면서 “일단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고 결정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다만, 박 회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인사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번 정권과도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느 정권에서도 특혜를 받은 일은 없이 중립적으로 다 잘했던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 2007년 내놓은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를 통해 ‘정치권에 줄을 대면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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