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 남성 육아휴직 사용 비율 1%…여성은 42.9%
소득보전·근무환경 개선, 독박육아 해결 실마리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캠페인 [13]
자료사진/사진제공=연합뉴스

[한스경제 김지영] #결혼 2년차인 최가람씨(28·여)는 아이 낳는 것이 두렵다. 출산 후 회사를 그만 둔 여자 동료들이 “직장인은 퇴근이 있지만 육아는 퇴근이 없다”며 독박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푸념하는 것을 자주 듣기 때문이다.

회사 분위기상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반면 남편의 회사는 비교적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만 이는 여성에 한정된 이야기다.

최씨는 “아이를 낳게 되면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전담하게 될 것 같아 무섭다”며 “게다가 남편 혼자 벌면 맞벌이를 할 때보다 아껴 써야 하니 출산을 점점 미루게 되고 아예 낳지 않는 것도 고려하게 됐다”고 말한다.

올해 1분기 국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인 8만명대로 추락하는 등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출산을 방해하는 여러 요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독박육아다. 독박육아란 부부 중 한 사람이 아이 양육을 전담하는 것을 말한다.

독박육아의 주인공은 주로 여성이다. 남편보다 일반적으로 수입이 적은 아내가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더 많고, ‘육아는 여성이 더 잘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늘고, 부부가 함께 육아에 참여해야 아이의 성장과 정서 발달에 좋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독박육아를 더 이상 참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씨처럼 독박육아를 하느니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아내를 독박육아로 내몰고 싶지 않은 것은 남편들도 마찬가지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퍼지며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하는 아빠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돈만 벌어다주는 아빠’가 아닌 ‘추억을 함께 만드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게 요즘 젊은 아빠들의 생각이다.

◇아이와 놀아주고 싶지만…육아휴직 사용 못하는 아빠들

5살 아들과 3살 딸을 둔 이모씨(31·남)는 주말에 아이들과 야구장이나 공원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평일에는 사실상 아이들과 거의 놀아주지 못한다.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8시가 넘고 아이들은 9시쯤 잠이 들기 때문이다.

이씨는 “육아에 참여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며 “이러다가 아이들이 아빠와 공유하는 추억 없이 성장할까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다. 회사 내 남자직원이 이를 사용한 전례가 없어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사용하는 휴직이다. 부모가 모두 근로자라면 아빠, 엄마 모두 각각 1년씩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빠들에게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0~2015년 기간 동안 0~5세 자녀를 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1%에 불과했다. 여성의 사용률은 42.9%였다.

비교적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무원들 또한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남성보다 월등히 높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전체 중앙부처 공무원(교육공무원 제외) 중 2016년 기준 여성의 육아휴직 비율은 대상자의 81.1%인데 비해, 남성은 18.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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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 육아휴직 왜 망설일까?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남성들은 크게 ‘재정적 어려움(40.5%)’과 ‘진급 누락 및 인사고과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33%)’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시작일로부터 첫 3개월 동안은 통상임금의 80%를 받는다. 나머지 9개월은 40%를 휴직급여로 준다. 하지만 상한액이 정해져 있어 첫 3개월 150만원, 이후 9개월 동안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액수인 것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11살 아들, 9살 딸을 키우는 박종학씨(42·남)는 육아휴직 사용을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내보다 소득이 많은 것도 포기의 이유였다.

박씨는 “한국 사회는 아빠들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없는 구조"라며 “한 두번 여행을 가고, 주말에 놀아주는 것만으로는 아이들과 친밀도를 높이기 어려웠다. 육아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고 육아휴직을 고민한 이유를 설명했다.

◇소득보전·근무환경 개선, 독박육아 해결 시발점

저출산 극복에 성공한 대표 국가인 스웨덴은 엄마와 아빠 모두 육아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부모에게는 총 480일의 육아휴직 기간이 주어지며, 부부가 이를 나눠 사용할 수 있다.

휴직기간 중 390일간은 소득의 80%를 지급한다. 나머지 90일은 정액 급여를 지급한다.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와 소득 보전 덕분에 이를 이용하는 스웨덴 아빠는 전체의 35%에 달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소득대체율이 32%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이웃나라 일본과(58.4%) 비교해도 낮다.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과 함께 근무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도입 등 고용조건과 환경을 개선해 아빠들이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성가족부 이조영 여성인력개발과 사무관은 “정부도 독박육아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며, “아빠가 엄마에 이어 육아휴직을 쓸 경우, 세 달간 통상임금을 지급하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상한 금액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족친화인증기업 선정 시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고려하고, 성평등 기업 문화 캠페인을 통해 남성들이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아이 낳기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용부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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