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 받은 방탄소년단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이 밴드.”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호스트를 맡은 팝스타 켈리 클락슨은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7일 후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며 이 같은 수식어가 합당했음을 증명했다. 이제 정말 방탄소년단은 국경을, K팝이라는 테두리를 넘게 됐다.

가까운 J팝과 비교하면 K팝의 특색은 애매하다. K팝은 그 장르를 규정하는 특별한 색이 있다기 보다는 당대 가장 트렌디한 음악의 한국어 버전에 가까웠다. 해외의 여러 장르들을 흡수하며 커온 K팝은 시작부터 세계를 향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유행을 헉헉대며 따라가던 시기를 지나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점이 왔고, 후크송의 범람으로 언어의 장벽이 크게 낮춰진 효과도 봤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더라도 ‘노바디 노바디 벗 유’(원더걸스 ‘노바디’ 중)나 ‘쏘리 쏘리 쏘리 쏘리 내가 내가 내가 먼저 네게 네게 네게 빠져’(슈퍼주니어 ‘쏘리 쏘리’ 중) 같은 노랫말은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음직했다. 국내 가요 시장은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단단한 팬덤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은 점차 음악에 반영됐고, 확실한 콘셉트와 군무라는 K팝 특유의 색도 만들어내게 됐다.

혹자는 방탄소년단의 성취가 그저 우연했다거나 행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K팝이 한국이라는 국경을 넘은 지 오래인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이 앞선 선배들의 덕을 전혀 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의 성과는 ‘얻어 걸린’ 것이 아니라 ‘얻어 낸’ 것으로 봐야 한다. 적어도 K팝 시장에서 방탄소년단만큼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한 그룹은 없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으러 무대에 오른 멤버 RM은 “‘소셜’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 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SNS를 통해 팬들에게 받은 메시지들을 소개한 그는 “지금 여러분 덕분에 우리의 말들이 큰 영향력을 지녔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초창기부터 트위터, 유튜브 등 여러 SNS 채널을 이용해 팬들과 소통한 대표적인 그룹이다. 녹음실에서 작업하는 순간부터 무대 비하인드까지 TV에서는 볼 수 없는 소소한 일상들을 일찍부터 공유한 덕에 방탄소년단은 6년 차라는 비교적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서사를 쌓을 수 있었다. 누구보다 SNS에 대해 고민했을 방탄소년단이 새삼 ‘소셜’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장면은 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방탄소년단에 갔어야 하는가를 납득시켜 줬다.

유튜브에서 1억 조회수 돌파한 방탄소년단의 신곡 '페이크 러브' 뮤직비디오.

‘K팝’이라는 수식어에 국한시키지 않아도 될 방탄소년단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뚜렷하게 K팝의 승리를 보여준다. 시대는 변화하고 기술은 발전한다. SNS는 소통의 기회를 옆집 친구에서 세계로 확대했고, 이런 채널을 통해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정보를 무한히 확산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K팝이 이룬 성취에 편안히 편승하는 대신 K팝이 가진 탈국경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발전시켰다. ‘쩔어 쩔어 쩔어’(방탄소년단 ‘쩔어’ 중) 처럼 몸을 들썩이게 하는 라임을 갖춘 노래를 내는 동시에 ‘피 땀 눈물’의 서사를 보여주며 공감대를 얻었다.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시작해 회사의 가치를 1조원대로 올려놓기까지.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앨범에 차곡차곡 담았고, 팬들은 이를 SNS로 부지런히 확산시켰다. 신나는 멜로디에 춤을 추면서 동시에 진정성으로 가슴을 울린다. 몸과 마음을 모두 흔드는 방탄소년단에게 세계가 열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지난 1년 여 간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아티스트로 방탄소년단이 꼽히는 건 그래서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 1위에 앞서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도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轉) ‘티어’’로 톱 100 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러브 유어셀프 승(承) 허’로 세웠던 자체 기록 14위를 경신한 것이며 한국 가수로서는 역대 가장 높은 순위였다. 이 밖에도 같은 차트의 다운로드 부문에서는 3위를, 앨범 스트리밍 차트에서는 5위를 각각 나타냈다.

방탄소년단은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 무대를 마친 뒤인 지난 24일 서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빌보드 핫 100 10위권 진입, 핫 100 1위, 미국 스타디움 투어 등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K팝 최초, 최고, 최다의 기록을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신화는 이제 시작이란 의미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