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은행권도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애초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내년 7월부터 시행을 해도 되지만 1년의 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정규 근무 40시간+야근·주말 근무 1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는 이날 오후 제3차 산별교섭을 진행하고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논의한다. 도입 시기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측과의 교섭 내용 중에 근로시간 단축 방안이 있는데 이 얘기를 하면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논의가 될 것 같다”며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각 은행별로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근무제에 대해 예외 조항을 두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식 시행까지 1년이 남았지만 선제적으로 도입하거나 도입할 예정을 밝힌 은행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근무시간단축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며 주 52시간 근로를 위해 탄력근로제와 유연근무제 확대 실시 등 인사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행장님께서도 주 52시간 근로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일하는 시간과 방식을 개선할 것을 주문하셨다”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연내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세부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 관련 TFT를 출범하고 도입에 앞서 은행 본점 지원부서나 공항 지점 등 특수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곳에 대한 현황 파악을 하고 있다.

이같은 이른 도입에는 은행권 내외부에서의 ‘푸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의 조기 도입을 주문했다. 은행권에서는 김 장관이 금융노조 부위원장 출신인 점에 무게를 두고 시행 시기에 미칠 영향력이 클 것으로 봤다.

앞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이달 초 “은행권 근로시간 단축을 올해 7월부터 도입할 수 있을지 금융노조와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은 “고용노동부 장관께서 은행권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도입을 올해 7월 1일로 당길 수 없느냐고 말씀하셨고 가능 여부를 노조와 논의해봐야 한다”며 “인천공항 은행 지점 직원들은 2교대 근무를 할 것이고 이런 특수직종에 대해서는 유연근무제, 탄력 근무제 등에 대한 이해도 넓어져야 할 것”이라며 주 52시간 도입 시 대체휴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은행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김 장관과 시중은행장들이 가졌던 간담회에서도 행장들은 야근·주말근무를 12시간만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걱정해 3개월까지만 허용하는 탄력근로제 적용기간을 1년으로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근무 시간이 기존보다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쉽게 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특히 공항지점, 일요영업점 등 특수영업점 및 야근이 잦은 일부 직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후 도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만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이유가 분명히 있다”며 “은행의 경우 다른 직종보다 주당 근로시간을 지키지 못할 예외들이 많으니 유예 기간을 둔 것인데 휩쓸려 선제 도입했다가는 추후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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