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독전’이 한국 영화의 부진을 깨고 흥행중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데드풀2’ 등 마블 영화의 강세 속 42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한 이 영화는 현재 누적 관객 수 240만 명을 돌파하며 빠른 흥행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독전’은 긴장감 넘치는 빠른 전개와 오락적 재미, 스타일리시한 촬영 기법, 화려한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얻는 중이다.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은 “아직 인기가 실감이 안 난다”며 웃었다.

-‘독전’의 메가폰을 잡게 된 이유는.

“연출작 세 편을 하고 나니 그 에너지로 관성 같은 게 생겨서 마냥 달려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창작자로서 관성을 끊고 싶었다. 새로운 범주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컸다. 그 때 이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 처음부터 강렬해서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성별이 남성인 캐릭터를 여성으로 바꾸기도 했다. 여성 캐릭터에 갈증을 느끼는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것인가.

“대중의 시선을 의식했다고 하기에는 ‘독전’은 남성영화다. 남성 캐릭터들이 대다수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의 법칙들이 있지 않나. 그 법칙을 아예 비틀어 버리는 건 이번 프로젝트에 용이하지 않았다. 물론 김성령이 연기한 오연옥이 원래 남성 캐릭터였고, ‘농아 남매’ 이주영 캐릭터 역시 남성이었다. 원작 ‘마약전쟁’을 리메이크 하며 변주의 폭은 넓히려 했으나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조진웅, 류준열을 비롯해 배우들의 캐스팅이 화려하다.

“그렇다. 특히 김성령 선배는 이 영화에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농아남매’ 이주영도 마찬가지였다. 김동영을 먼저 픽스를 해 놓고 그 뒤 조합을 생각했다. 이주영은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갑툭튀’라고 해야 하나. 류승범을 처음 발견할 때 같은 기분이었다. 보령 역을 맡은 진서연 역시 무섭고 공격적인 여성상을 너무 잘 표현해줬다. 이번에 참 내가 운이 좋았다.”

-고(故) 김주혁의 연기는 참 인상적이었다.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였는데.

“아직도 나를 비롯해 스태프가 김주혁 선배가 첫 시퀀스를 찍은 순간을 많이 얘기한다. 워낙 가장 뜨거운 인물이었기 때문에 예상했던 수위와 온도가 있었는데 모든 걸 다 부숴버리듯이 등장해서 연기했다. 장르성을 대표하는 인물인 하림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무엇을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김주혁의 후시녹음은 어떻게 했나.

“주혁선배가 맨살에 로브만 입고 있지 않나. 옷 안에 마이크를 붙일 수 없어서 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현장에서 부족한 소리를 따놓기도 했는데 촬영 후에는 후시녹음으로 보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배의 사고가 있었다. 연기하면서 남긴 대사를 다 모았고 거기 묻은 소음이나 노이즈를 닦아냈다. 최대한 다 쓸 수 있는 소리로 만들었다. 주혁 선배의 숨소리를 최대한 찾아서 넣었다. 미세하게 모자라는 부분은 서현우(정일 역)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

-락 역을 맡은 류준열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담담한 캐릭터다.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면서도 울지 않는데.

“내가 생각한 락은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다른 인물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류준열은 감정을 발산하고 표현하는 것보다 그 감정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더 류준열과 함께하고 싶었다. 락 역시 류준열이 갖고 있는 느낌을 잘 살려서 묘사하고 싶었다. 사실 류준열은 잘생겼지만 레이어가 여러 개 겹쳐 있는 느낌이다. 뭔가 새로운 느낌을 계속 주는 외모다. 그게 사람을 잡아당기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조진웅은 ‘독전’을 위해 엄청난 다이어트를 했다.

“사실 원호(조진웅)라는 캐릭터가 형사다보니 팔을 드러낼 때 약간의 근육이 있길 바랐다. 그런데 이 성실한 배우는 너무 부담을 느꼈나보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술 한 모금 안 마시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조깅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고 현장에 왔다. 영화가 끝날 때는 근육도 정말 많이 붙었다. 그게 영화에 많이 담겼다. 특히 마지막 노르웨이 신에서 원호의 느낌이 너무 좋다. 그 동안 조진웅에게 못 본 모습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굳이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가 있을까.

“원래 설정은 더운 나라의 바닷가였다. 하지만 나는 영화가 약간 정서적인 느낌으로 끝나길 바랐다. 엔딩의 주인공들이 땀을 흘리면 안 될 것 같았다. 뭔가 차갑고 얼어있는, 설원이길 바랐다. 원래는 가까운 나라로 가려고 했는데 촬영 당시가 여름이라서 쉽지 않았다. 결국 북유럽인 노르웨이로 가게 됐다.”

-사실 상 캐릭터들의 전사가 없다. 원호가 ‘이 선생’을 잡기 위해 집착하는 이유도 드러나지 않는데.

“‘독전’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시작과 동시에 휘몰아치며 달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위 말하는 사연이 덧붙여지면 속도감이 더딜 수밖에 없다. 그게 과연 ‘독전’에 유리할까 싶더라. 원호의 사연을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 시나리오에 있기도 했지만 그걸 다 살렸다면 아마 관객들에게 ‘감독은 설명충이다’라는 혹평을 받았을 거다. 캐릭터들이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전사가 어땠는지 녹이는 것보다 과감하게 가는 편이 더 상업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 ‘독전’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배우들이 죽여준다. 죽이는 배우들이 나온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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