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최형호]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 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기형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다. ‘로또 아파트’가 생겨나더니, 이제는 ‘반값 아파트’가 등장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분양가를 무리하게 규제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된 모습이다. 로또, 혹은 반값아파트에 수많은 청약자가 몰리고, 그 청약자가 당첨되기 위해 위장전입 등 불법을 자행하는 등 변질된 현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 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기형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한스경제DB.

애초 정부는 입지 좋은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인근 집값 안정화는 물론, 실수요자들을 위한 아파트를 짓겠다고 호언했지만, 이제는 이런 변질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강남구에서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최대 4억원 이상 싸게 책정되면서 3만명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일명 로또 아파트라 불린 이 단지는 분양 전부터 10만 청약설이 무성했던 단지다. 비정상적인 청약 열기만큼 1999년생이 청약자 명단에 포함되는 등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고, 결과적으로 청약자 다수가 적발되기도 했다.

현재는 로또아파트를 넘어 반값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경기 하남에서 분양되는 ‘포웰시티’와 ‘파라곤’이 대표적인 단지로 꼽힌다.

주변시세보다 낮은 가격 분양가가 책정된 이 단지들은 시세차익이 상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청약 과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결국 국토부가 이 단지들에 대한 위장전입 등을 4일부터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포웰시티는 하남 감일 공공주택지구에서 분양한 민영 아파트로 시세차익이 크다는 소문이 돌자 특별공급을 제외한 2,096가구 분양에 1순위 청약자 5만5,110명이 신청하는 등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미사역 파라곤은 30일 진행된 특별공급에서 116가구 모집에 총 1,521명이 신청해 평균 13.1대 1의 역대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으로만 이뤄진 단지지만,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2억~3억원 낮아 ‘반값 아파트’라 불리며 지난주말 사흘간 견본주택에 6만여명이 몰렸다.

실제 하남시 망월동 3.3㎡ 당 매매 시세는 KB부동산 시세 기준 1,980만원 선인데 미사역 파라곤은 평균 분양가가 3.3㎡당 1,430만원 선이다. 주변 시세가 3.3㎡당 1,800만원에서 2,100만원까지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3억~4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가능해 로또를 넘어선 '반값 아파트'로 불리고 있다.

특히 파라곤은 이날 1순위 청약 접수가 시작됐는데,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홈페이지에는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투기과열을 부추기는 것은 분양가 규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분양가를 인근보다 낮게 책정되면 지역간 양극화는 물론 같은 지역이라도, 한쪽으로만 수요가 몰리는 ‘국지적 과열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결국 청약제도가 내 집 마련을 위한 수단이 아닌 ‘투기의 한 방편’으로 변질됐고, 결과적으로 분양가도 인근 시세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가 책정을 지나치게 낮게 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며 “투기를 부추기를 결과를 가져오기 전에 분양가를 인근의 시세에 어느 정도 발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토부는 다음달 4일부터 지자체 합동으로 하남 지역 신규분양 단지에 대한 불법 청약 점검에 나선다. 전매자(매수 후 매도자 포함) 및 알선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 받는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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