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 운용역인 권오진 전무가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존 리 대표의 거취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측근이 떠나면서 리 대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권 전무는 회사에 사의를 표면하고 퇴사절차를 밟고 있다. 퇴사 이유는 펀드 수익률 부진으로 전해졌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메리츠자산운용의 10억원 이상 공모펀드 16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12%에 불과하다. 늘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리 대표의 기조와는 달리, 대표 펀드 메리츠코리아 1[주식]종류A의 최근 3년 수익률은 -11.92%에 그쳤다.

노후생활 보장이 목적인 퇴직연금펀드 수익률도 매우 부진하다. 메리츠코리아퇴직연금자[주식]종류C의 최근 3년 수익률은 -13.56%, 메리츠코리아연금전환자 1[주식]종류C-1는 같은 기간 -14.22%에 그쳤다. ‘우리 가족 경제 독립’을 외치면서 주식과 펀드투자 권장 버스투어를 지난 3월부터 전국으로 다니고 있는 리 대표의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수익률이 나쁘니 자연히 돈도 빠지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 공모펀드에서 5,856억원,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2,316억원 등 총 8,172억원이 빠졌다. 버스투어와 함께 앱까지 출시해 펀드 ‘직접판매’에 나섰지만 투자자의 외면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리 대표의 신상에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권 전무는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도이치운용, 라자드코리아운용 등에서 리 대표와 10여 년간 함께 일한 최측근이다. 메리츠자산운용 측은 ‘팀 공동운용 체제“라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지만 회사 내부에서조차 리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간 펀드 수익률 부진으로 업계에서 리 대표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왔다. 과거 미국에서 한국이 고성장하던 시절 설정한 한국투자펀드 ‘코리아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냈다는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주식이 10년 만에 각각 140배와 70배로 불어났다는 얘기는 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 대표의 얘기를 처음들으면 감동스럽고, 두 번 들으면 의구심이 생기고 세 번 들으면 외면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지난해부터 리 대표는 ‘자녀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레퍼토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한국의 교육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교육비는 42만3,600원으로 소득 하위 20%(4만5,700원) 보다 약 10배 많았다. 교육에 대한 투자 격차는 고스란히 한국 사회에서 소득과 신분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사교육비를 줄이라는 건 자녀에게 가난을 대물림하는 얘기와 마찬가지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녀도 ‘사회적 인격체’이고 경쟁을 피하고 살 수는 없다”면서 “아무리 업계종사자라고 해도 사교육비를 금융투자에 쏟으라는 얘기는 자녀의 인생을 포기하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로 들린다”고 평했다.

한편, 리 대표는 “평소 자신은 임기가 없고 내일이라도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임기가 있으면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