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미국의 이란 경제제재로 대림산업이 현지에서 수주한 대규모 공사 계약이 해지됐다. 이란시장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의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대림산업은 지난 1일 이란 이스파한 정유회사(Esfahan Oil Refining Company)와 지난해 3월 체결한 공사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해지 금액은 2조2,334억원이다. 이는 최근(2015년) 대림산업 매출액의 23.48% 규모다.

대림산업이 수주한 이 공사는 이란 이스파한 지역에 가동 중인 정유시설에 추가 설비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당시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역대 최대 규모 공사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설계, 자재구매, 시공, 금융조달 주선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대림산업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계약발효 전제조건인 금융조달이 완료되지 않아 무효화됐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지난달 31일까지 금융조달을 완료해야 한다는 선결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이란 제재 방안에 금융 제재도 포함됐고, 대림산업과 금융조달을 협의하던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이 조건을 충족시킬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림산업은 이번 계약 해지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초기 설계 비용 등은 모두 사업주 부담으로 진행했고, 이란의 불안한 정정과 미국 제재 등은 이미 사업 당시부터 감안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계약 해지가 지난해 3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공사는 수주금액이 3조8,000억원으로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따낸 공사 중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으나 역시 미국의 이란 제재 등으로 금융조달에서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다. SK건설도 타브리즈 정유공장 현대화 공사(1조7,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건설업계에는 미국과 이란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지에서의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대림산업의 주말을 앞두고 낸 '올빼미 공시'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은 이스파한 정유회사와의 계약해지 사실을 1일 오후 6시2분에야 공시했다. 1일 장에서 대림산업은 전거래일 대비 0.24% 상승세로 마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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