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중국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의 가격 담합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3일 중국 21세기경제보도와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를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4일 미국 마이크론에 '웨탄'(約談)을 진행했다. 웨탄은 중국 당국이 감독 대상기관의 관계자를 불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면담을 말한다.

중국 상무부는 이 웨탄에서 지난 수 분기 동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오른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경쟁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 산하 반독점국 조사관들이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 있는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사무실에 갑작스레 들이닥쳐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반독점국은 지난 3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가격조사국, 상무부 반독점국, 공상총국 반독점국 등이 합쳐져 세워진 막강한 시장감독기구다. 반독점국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것은 출범 후 처음이다.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의 배경에 가격 담합 등을 통한 시세 조정이 있었는지, 반도체 공급 부족을 악용해 끼워팔기 등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 마이크론은 성명을 내고 "이번 조사는 관례적인 것으로, 우리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요업체의 불만이 촉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발개위는 삼성전자 등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이번 조사는 미국의 ZTE 제재 후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이 해외업체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16일 미국의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ZTE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못 하도록 제재했다. 미 업체들로부터의 부품공급이 중단된 ZTE는 회사의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ZTE는 반도체를 비롯해 통신장비 등에 들어가는 부품의 25∼30%를 미국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중국은 '반도체 기술 자립'을 외치면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26일 낸드 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추진 중인 칭화유니 계열 창장 메모리(YMTC)의 자회사 우한신신을 방문해 핵심기술 국산화를 강조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중앙 국가기관 IT 제품 구매계획 공고'에서 국산 반도체 서버를 구매하겠다고 명시했다. 

중국 정부의 조달계획에 자국산 반도체 제품 구매가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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