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부족하지만, 일부 부서에선 집중 근무 불가피

[한스경제 이성노] 수주 절벽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 업계가 7월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조선 업체들은 일감 부족에 따라 유휴인력이 늘어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업계 특성상 수주를 하면 집중 근무가 많아 법적 테두리에서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부터 주 52시간 시범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마냥 웃을 순 없는 입장이다. 시장 불황으로 인해 대부분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타 업계와 비교해 정부 지침에 영향을 받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다만, 시운전 등 단기간에 업무가 집중되는 일부 부서에 대해선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감이 없는 현 불황기에 주 52시간 근무는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처지고, 수주가 활발할 때에나 52시간 근무 준수를 얘기할 수 있지 지금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대략 난감'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난달부터 정부 지침에 맞게 주 52시간 근무 체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달 30일까지 두 달에 걸쳐 주 52시간 초과 사례에 대한 분석과 보완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본격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앞서 생기는 문제점을 찾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중공업 업계에서 일감이 없고 유휴 인력 문제도 있다. 업계 대부분 주 52시간 내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일부 집중 근무가 필요한 부서에 대해선 지난달부터 운행하고 있는 시범 근무 체계를 통해 보완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기본적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 근무 시간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 지침대로 근무를 운영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업황 불황이 시작된 이후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부서는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시운전 등 일부 부서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업무 특성상 주 50시간 근무는 훌쩍 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탄력 근무제가 필요한데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은 노조와 임단협에서 탄력 근무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역시 이번 정부 지침이 회사 내부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입장이지만, 탄력 근무제가 필요한 부서에 대해선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 52시간 근무제에 특별하게 영향을 받는 건 없다. 일감 부족 등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불필요한 잔업은 자제하고 있다"면서 "다만, 시운전 등 집중 근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현재 진행중인 임단협에서 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6차례 교섭을 펼쳤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회사는 일감 부족을 이유로 임금 반납 등을 요구하면서 대치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산별 노조(금속노조) 전환을 추진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어 노사 협상이 순조롭지는 않은 상황이다. 

조선 3사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기본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에 영향을 받는 부분은 없다고 말하지만, 시운전 등 집중 근무가 불가피한 부서에 대해선 분명 조치가 필요하다. 시운전은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선박의 품질 점검과 오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이다. 시운전 부서는 짧게는 4일, 보통 일주일 이상 해상에서 근무를 한다. 일반적으로 해상에 나가있는 시간이 모두 근무 시간인 셈이다. 자칫 추가 근무 수당으로 적지 않은 비용일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다 탄력적인 근무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운전은 해상에 있는 시간을 그대로 근무 시간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정부 지침대로 움직이는 데 어려움은 있다. 시운전 도중에 인력을 교체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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