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국내에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부도 위기에 처했다.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관련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불완전 판매 적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나이스신용평가, 현대차투자증권 등 문제의 ABCP 발행주관사, 신용평가사, 채권단이 이날 중국 CERCG 본사를 방문했다. CERCG의 자회사는 CERCG가 보증한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났고 이로 인해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가 발행한 달러채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1,646억원 규모의 ABCP 역시 부도 위기에 놓인 상태다.

사모 발행이라 주관사 개념이 미미하지만 일단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함께 기획해 이 ABCP를 발행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매긴 신용평가사다. 현대차투자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이 한화투자증권 등에서 ABCP를 인수해 보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도위기에 놓이면서 ABCP를 인수한 증권사들은 2분기 실적에 손실처리가 불가피하게 됐고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NICE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의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NICE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가 CERCG를 중국의 공기업으로 분류하고 해당 ABCP에 각각 ‘A2’를 부여해 매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불완전 판매’라는 것이다. 두 신평사는 실제로 불과 20여일만에 해당 ABCP 등급을 ‘C’로 낮췄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개인이 아닌 전문투자자인 기관투자자간 불완전 판매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는 속칭 ‘선수’로 볼 수 있다”면서 “선수들 사이의 일은 당사자끼리 해결해야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NICE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가 공기업이 아닌데도 등급을 부풀렸다는 지적에 대해 권민수 금감원 신용정보평가실장은 “신평사가 CERCG가 공기업이라고 판단을 내렸어도 자체 등급보다 불과 한 등급밖에 올리지 않았다”면서 “한국 기업 신용을 평가할 때 국가지원 가능성이 있으면 여러 등급이 올라가는 걸 감안하면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공모와 사모의 중간정도 역영이라 불완전 판매 문제가 생기기는 거의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가 NICE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 혹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모펀드의 불완전 판매 해당 여부도 제기된다. 편입된 해당 ABCP를 80% 상각하기로 한 KTB전단채펀드의 이날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73%로 하락했다. 운용순자산은 4,000억원 수준에서 지난달 31일 1,000억원 정도가 빠졌다. 기관이 6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투자 기준에 따라 물량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환매 개시)둘째 날인 지난 1일부터 환매 속도가 확연히 줄었다”면서 “기본적으로 금융투자회사에서 원금 보장되는 상품이 없다고 보면 되기에, 약관과 다른 판매가 있지 않는 한 불완전 판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채권 회수가 되면 펀드 수익률은 반전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일단은 지켜보는 게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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