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계부정 논란을 심의하는 3차 감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열린 가운데, 사실상 금융감독원이 승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3차 감리위에서 김학수 감리위원장을 포함해 감리위원 8명 전원이 참석해 치열한 논의를 벌인 가운데, 4대 3으로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쪽이 한 표 많았다. 금감원이 판정승을 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7.2%나 급락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금감원이 완벽히 이긴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4명 중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한 위원은 2명으로 나머지 2명은 회계처리에 과실이 있다고만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해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제재 수준은 많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상장폐지와 같은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등 제재를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금감원의 의도대로 ‘고의적 분식회계’가 아니라 과실로 회계처리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면 징계 수위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의결이 엇갈리면서 금감원이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을 내세우는 데 실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감리위에서 의견이 나뉘면서 사실상 ‘삼성 압박하기’라는 숨겨진 의도만 더욱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상장할 때는 괜찮다고 하다가 1년 여가 지난 이제 와서 분식회계라고 주장하는 금감원의 의도를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감리위원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논란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감리위원은 “감리위에서 표 대결 없이 각자의 의견을 얘기했다”면서 “같은 무혐의 또는 같은 분식이란 판단에서도 위원들의 판단 근거가 모두 다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도 삼성바이로직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물어보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논란이 종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는 7일 증선위는 평소(오후 2시)보다 이른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감리위에 이어 재차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되며, 2·3차 회의가 진행된 뒤에야 결론에 이를 전망이다. 과징금의 경우 5억원이 넘으면 증선위 의결 이후에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한 번 더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해 결론이 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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