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매일 눈을 뜨면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하는데 익숙해 있지만, 연말을 앞두곤 벽에 걸린 마지막 달력 한 장에 먼저 눈길이 간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연말이 주는 의미에는 그 어떤 숙연함이 있다.

인간은 스스로 한 해라는 시간단위를 정해 놓고, 시간의 굴레 속에서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올 한 해가 누군가는 짧고 아쉽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길고 느리게 느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변함없지만 한 해를 보내는 감정은 상대적인 것이다.

금융에서 다루는 시간은 규칙적이며 정형화 돼있다. 통념적인 추상적 의미가 아니라 측정이 가능한 시간이다. 돈에 있어서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시간의 무게(화폐의 시간가치)가 다르다. 화폐의 시간가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돈의 값어치를 측정하는 것으로 이자율로 결정된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더 크다면 현재에 더 많은 가치(이자율 상승)를 부여하여야 한다. 같은 돈이라도 먼 훗날보다는 바로 지금 쓸 수 있을 때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간선호(time preference)를 포기하는 대가가 이자율인 셈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터 미셸 교수는 네 살 아이들 앞에 마시멜로를 한 개 놓고 원하면 지금 바로 먹을 수 있지만 15분간 안 먹고 기다리면 한 개를 더 준다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이 청년과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달콤함을 참았던 아이들이 더 높은 성취와 사회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재에 대한 인내심과 절제력이 바탕이 된 ‘만족 지연력’이 미래의 성인이 되었을 때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교훈을 말하고 있다.

미셸 교수는 자제력은 불변하는 특성이 아니라 습관이라고 했다. 인생 100세 시대에 노후준비는 특정세대만의 과제가 아니다. 현재에서 멀어 질수록 생각하는 중요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노후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화폐의 미래가치는 이자율 뿐 만아니라 기간이 길어지고 이자지급 횟수가 많을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절제와 인내는 나무가 풍성한 가지와 열매를 가질 수 있는 튼튼한 뿌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

미래의 시간가치가 목적함수라면 현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의사결정 변수다. 오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시간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즈음이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시간가치를 차분히 생각해 볼 때다. 칼럼니스트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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