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경기 살아나는데...국내 경제지표는 한숨만

[한스경제 허지은]  미국의 6월 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화된 가운데 유럽연합(EU)도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 확장과 물가, 고용 등 실물지표가 뒷받침 됐다는 자신감의 발현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11월 이후 벌써 7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호조에도 내수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실물 지표의 부진도 계속되면서 시장이 예측하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오는 8월에서 3분기, 다시 4분기로 계속해서 늦추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은 실물 지표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기준금리 조정을 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3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6월 금리 인상은 기정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에 이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높여 1.75~2.00%까지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같은 날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이미 연내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시사한 상황에서 최근 물가 지표 등이 개선되면서 ECB의 양적완화 정책은 연내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써 내년부터는 2016년 3월 이후 유지되고 있는 제로금리(0.00%)를 조정하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EU 역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美이어 EU도 금리 인상 가능성 커져

미국과 EU의 통화정책 정상화 배경에는 ‘고용’과 ‘물가’가 놓여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최근 발표된 고용 지표와 물가 상승률이 모두 연준의 목표에 도달해 지난 3월에 이어 3개월만에 추가 인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시장에서 내다보는 미국의 연내 4회 인상 확률 역시 35%를 넘어섰다. 

미국의 5월 전체 실업률은 3.8%로 자연실업률(4.5%)을 밑돌고 있다. 이는 미국 노동시장이 공급보다 수요가 더 높은 사실상 ‘완전고용’을 달성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전년 동월대비 2.5%,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연준의 물가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EU 지역에서도 기다렸던 물가 상승 압력이 확인됐다.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5%, 전년동월대비 1.9%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각각 0.2%, 1.6%)를 모두 크게 웃돌았다. 4월 실업률 역시 8.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며 2008년 12월 이후 9년 4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로의 정치불안으로 경제주체들의 소비, 투자, 생산 등의 심리가 약화될 위험이 커졌으나, 실업률 하락 및 물가상승률 상승은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 명분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만약 ECB가 고용과 물가에 집중한다면 연내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시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로존 실업률은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韓, 경기 부진 지속…금리인상 미루고 또 미루고
예측시점 ’7월→8월→4분기’로 늦춰져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확장세가 계속되면서 경상수지는 7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나 소비와 투자는 물론 고용, 물가 등 실물지표가 좀처럼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무역갈등,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 글로벌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두고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은 이러한 고민을 방증한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이 총재는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 크지 않다”면서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으로 일각에서 나오는 7·8월 인상설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6년 5개월만에 전격 인상했을 때 전문가들은 추가 인상 시점으로 올 상반기를 꼽았으나 이후 7월에서 8월로, 다시 4분기로 계속해서 늦춰졌다. 

삼성증권은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의 내수회복 속도가 예상을 하회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의 반등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미약하며, 신규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0만명 대에 그치는 등 고용지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하반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기존 두 차례에서 한 차례로 하향 조정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확대되는 가운데 신흥국 위기 우려와 통화약세를 사전 차단하는 차원에서 8월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수경기 흐름에 따라 4분기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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