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식음료 업체, 앰부시 마케팅 아슬아슬 줄타기

[한스경제 변동진]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6.13 지방선거,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빅 이벤트'들이 잇달아 열리면서 식음료업계가 매출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교묘하게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을 진행해 비싼 후원금을 낸 공식 후원사들로부터 '무임승차 하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오비맥주 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마케팅. /오비맥주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 카스는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식 후원 브랜드로서 우리나라 조별 예선 경기가 열리는 날 대규모 국민 참여 응원전을 펼친다.

날짜는 18일(스웨덴 전), 24일(멕시코 전), 27일(독일 전)로, 오후 6시부터 서울 강남 영동대로에 대형 무대와 스크린을 설치한다. ‘카스’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공식 후원 브랜드 ‘버드와이저’와 함께 각종 TV 광고를 선보이며 월드컵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선거·월드컵 '빅 이벤트' 봇물

싱가포르에서 12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도 쏟아지고 있다. 롯데슈퍼는 17일까지 ‘반갑다! 평화야!’를 테마로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남북 정상회담 최대 이슈였던 평양냉면을 포함해 다양한 가공식품과 냉장생면을 20% 할인 판매한다.

글로벌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는 북미 정상회담 기념 디자인을 적용, 싱가포르에서 한정 생산판매한다. 캔 용기에는 ‘Coca 콜라’라고 한글과 영어가 섞여 표기돼 있다. 그 아래에는 ‘Here’s to peace, hope, and understanding(평화, 희망, 배려를 위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밖에 6.13 지방선거 투표 독려를 위한 할인 혜택도 눈에 띄었다. 수제맥주 브랜드 더부스는 선거 당일(13일) 15% 할인 판매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마린사이언스와 아쿠아리움을 관람할 수 있는 특별권을 1만원에 판매했다. 아쿠아플라넷63은 63종합권(50%)을,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패키지권(30%)을 각각 할인했다.

문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른바 ‘앰부시 마케팅’이다. 기업이 로고나 대회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개별 선수를 후원하거나 특정 종목·문구를 활용해 홍보 효과를 얻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기업이 앰부시 마케팅을 하다가 적발되면 법적 다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월드컵 개최지 러시아의 상징인 붉은광장 성바실리아 성당(파란색 박스)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를 삽입한 파파존스 이벤트 포스터. /파파존스 홈페이지

예컨대 파파존스는 ‘6월 기념 30% 할인 프로모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또 다른 행사(16강 진출 기원 이벤트) 포스터에는 월드컵 개최지 러시아의 상징인 붉은광장 성바실리아 성당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를 삽입했다.  

한솥도시락은 14일~7월 15일까지 한정 상품 ‘필승박스’와 ‘응원박스’를 판매한면서 대한민국 경기가 있는 날(18일, 24일, 27일) 응원막대풍선을 증정한다는 포스터도 만들어 배포했다. 역시 붉은광장 성바실리아 성당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를 넣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는 예선전 3경기의 각 스코어를 예측하는 이벤트를 통해 수백만원의 여행상품권, 치킨교환권 등을 증정한다.

교촌치킨 한국팀 러시아 월드컵 스코어 맞추기 이벤트. /교촌치킨

<> '무임승차' 앰부시 마케팅 논란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을 보면 타인의 노력이나 명성에 부정한 방법으로 무임승차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제2조 제1호 나목에는 ‘타인의 영업상 표지 등과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적시돼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의 평창올림픽 사례가 있다. SKT는 올해 1월 ‘피겨여왕’ 김연아가 올림픽 참가 선수를 응원하는 내용과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이 등장하는 광고 선보였다. 두 광고 말미에 ‘씨유 인 평창(SEE YOU in PyeongChang)’이라는 영문 메시지와 함께 회사의 상호와 5G 캠페인 문구인 ‘웰컴 투 5G 코리아(Welcome to 5G KOREA)’가 등장했다.

올림픽조직위는 지상파방송사와 SKT에 방영 중단과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두 차례 발송했고, IOC는 해당 응원 캠페인 영상이 앰부시 마케팅에 해당한다며 광고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롯데주류는 라벨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기성용과 손흥민, 김신욱 선수 등이 역동적으로 뛰는 모습을 담은 ‘피츠 수퍼클리어’ 스페셜 패키지를 한정 출시했다. 다만 롯데주류가 러시아 월드컵 공식 스폰서가 아니기 때문에 피츠 광고 중 ‘월드컵’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메인스폰서 관계자는 “앰부시 마케팅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적인 행사를 공식 후원하는 업체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후원 기업의 권리를 침해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응해 거래 관행을 투명하게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우선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의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등의 문구나 로고를 활용한 마케팅은 할 수 없다”며 “2차적으로 월드컵을 연상시킬 수 있는 방식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하지만 월드컵 연상 관련 판단은 협회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해당 권한은 피파에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부도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회사의 앰부시 마케팅 행위에 대해 단속은 물론, 방지하는 게 원칙”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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