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차 교섭에서 노사 해결책 내놓을까

[한스경제 김서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입까지 1년 유예기간을 받은 은행권 노사가 조기 시행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은행의 경우 애초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내년 7월부터 시행을 해도 되지만 1년의 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내·외부에서 반발 조짐이 보이면서 노사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정규 근무 40시간+야근·주말 근무 1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그러나 노사가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측과 사측이 서로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제안만 하고 있는 것이 이유다. 은행을 특례업종에서 제외한 이유가 있는데 휩쓸려 도입했다간 추후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한 몫 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4월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노동시간 단축 관련 은행업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는 제4차 산별교섭을 열 예정이다. 지난 제3차 산별교섭 때와 마찬가지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30일 열렸던 3차 산별 중앙교섭만 놓고 보면 은행권 근무시간 단축 조기 도입 가능성에는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3차 교섭에서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조기도입에는 다들 공감은 했다”고 밝혔다. 교섭에서는 각 은행이 업무 실태조사 결과와 함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공유했다. 이번 4차 교섭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12일 4차 교섭에 앞서 성명서를 내고 “노동시간 주 52시간 상한제를 조기 시행해 신규인력 채용을 확대하면 인력 부족에 따른 장시간노동 또한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고 청년실업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요구안에서 ▲신규인력 채용확대 의무화(청년 의무고용) ▲2차 정규직(무기계약직)의 일반 정규직 전환 ▲파견·용역 정규직 전환 ▲임금피크제 개선 ▲근로시간 52시간 초과 금지와 휴게시간 보장 등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채용 등 일자리를 확대하고 질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밖에도 ▲노동이사제 ▲KPI 제도 개선 등 과당경쟁 방지 조항도 담겨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출퇴근 등록기를 도입해 근로시간을 정확히 체크하자는 노조 요구에 대해 “이 제도는 직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사측에서 예전부터 하자고 했던 사항”이라며 “이제는 오히려 노조 측에서 (출퇴근 등록기를 사용해) 직원들을 시간 내에 퇴근 시키라는 얘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일이 많은 주에 52시간 넘게 일한 경우 일이 적은 주에 52시간보다 적게 일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자는 사측의 제안에는 반대를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해진 근무시간인 9시부터 18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며 “사측이 제안한 것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는 제도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에 앉아있어도 모든 시간이 바쁜 것은 아니라는 이유다.

그는 “이 근무제에 대해 예외 조항을 두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월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노동시간 단축 관련 은행업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들 역시 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어디까지를 업무의 연장선으로 봐야하냐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7월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해도 분위기상 이른 도입이 필요할 것 같은데 홍보팀만 해도 예외 조항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예를 들어 법인카드를 쓰기만 하면 업무로 볼 것인지, 법인카드를 쓰지 않고 부서 회식을 하면 ‘친목도모’라는 이유로 업무로 보지 않을 것이지 등 도입 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노조 부위원장 출신인 고용노동부 장관이 (은행권) 조기 도입을 주문했으니 영향력이 당연히 크지 않겠냐"면서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근무 시간이 기존보다 크게 줄어드는데 은행이 특례업종으로 지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그런 것"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공항 지점이나 일요영업점과 같은 특수영업점이나 야근이 잦은 일부 직무에 경우 체계적인 분석 후 도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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