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김강우는 열일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후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17년간 활약했다. 최근 종영한 MBC ‘데릴남편 오작두’는 첫 주말극이라서 의미가 깊다. 극중 순박한 시골 청년 오작두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올해 마흔이 된 김강우는 “지금도 연기가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환갑이 지나서도 멜로 연기를 하고 싶다”며 천생 배우다운 면모를 보였다.
 
-첫 주말극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작두’에 출연한 이유는 딱 하나다. 작두는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였다. 어떻게 보면 현실에 있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니까. 비현실적인 인물을 옆에 있는 사람처럼 만들고 싶었다. 작두처럼 순수해 보인다고? 그렇게 살지 않았다(웃음). 돈이 많고 잘생긴 사람 뿐만 아니라 자기 신념이 확실한 사람도 충분히 멋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주말극의 차이도 모르겠더라. 토요일에 2회 연달아 방송해서 기존 주말극 패턴과 조금 다르지 않았냐. 미니시리즈보다 아주머니들이 좋아해주는 반응이 많긴 했다.”
 
-사투리 연기 힘들지 않았나.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있지 않나. 충청도, 경상도 사투리는 많이 들어봤는데 주변에 전라도 출신이 없어서 스스로 ‘잘하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 소속사 후배의 전라도 출신 친구에게 4회까지 개인 레슨을 받았다. 억양만 따라 했지 엉터리였을 거다. 전라도 분들이 쓰는 단어를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중간 중간 끼어 넣었다. 사투리를 억양으로 외워야 하니까 두려움이 있었는데,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 나중에는 오혁으로 돌아가 표준말 쓰는 게 더 어색하더라.”

 
-열살 연하 유이와 호흡은 어땠나.
“유이는 한승주 그 자체였다. 덕분에 난 날로 먹었다. 후배지만 굉장히 많이 배웠고 ‘이런 여배우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털털했다. 어떨 땐 내가 더 유이보다 어린 것 같았다(웃음). 현장에서 정말 성실했다. 극의 중심은 오작두가 아니라 한승주였다. 작두는 공작으로 비교했을 때 화려해 보이고, 배경 등이 독특하니까 표현 양식이 크지 않냐. 진짜 어려운 건 한승주였다. 유이는 거짓 없이 매신 진짜 감정을 상대 배우에게 보여줬다. 그래서 날로 먹었다고 표현한 거다. 유이는 완벽한 파트너였다.”

-시청률 10%대 계속 유지했는데.
“고정으로 봐주는 분들이 있다는 거 아니냐. 막장 요소가 조금 들어갔으면 아마 시청률이 뛰었겠지만, 우리 드라마 나름의 미덕 아닐까. ‘내가 선택을 잘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뒤로 갈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통속적인 드라마로 갔으면 스스로 실망했을 것 같다. 백호민 감독도 전작(‘내딸 금사월’ ‘왔다! 장보리’)과 비교해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을까. 극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서울과 양평을 오가며 촬영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다른 작품보다 2~3배 더 힘들었다. 섬에 들어가듯이 모든 준비를 해서 갔다. 양평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3~5일은 밑에 내려갈 수 있으니까. 같은 도시락을 매일 먹는 게 힘들었다. 5kg 정도 빠진 것 같다. 그래도 배우, 스태프 모두 모난 분들이 없어서 촬영장은 화기애애했다.

 
-공백기가 없는데.
“오래 쉬는 게 더 힘들다. 별다른 취미가 없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스타일도 아니다. 연기 빼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17년을 이렇게 살아와서 연기를 안 할 때는 별로 쓸모 없는 인간이다. 심지어 책이랑 TV도 서서 본다. 워낙 성격이 가만 있지 못하고, 나이 먹으니까 살 찔까 봐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 가장으로서 책임감 때문에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건 아니다. 연기적인 욕심보다 쉰다고 굳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지금도 연기하는 게 가장 재미있다.”
 
-영화 ‘사라진 밤’과 드라마 ‘오작두’로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부담스럽다. 아직 마흔 밖에 안 됐는데, 일흔까지 연기한다고 하면 30년이나 남은 거 아니냐. 벌써 인생캐릭터라고 하면…. 새로운 모습들이 보여서 칭찬해준 것 같다. 영화로 연기를 시작해 드라마를 간간이 했는데, 갭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드라마 반응처럼 영화가 나오고, 영화 같은 퀄러티의 드라마를 원하지만 기다릴 수만 없지 않냐. 드라마든 영화든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예전부터 멜로 욕심 보였는데.
“환갑 지나도 멜로하고 싶다. 나이 먹고 하는 멜로가 더 멋있는 것 같다. ‘섹시하다’는 게 꼭 근육이 우락부락한 육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연륜에서 느껴지는 것도 있지 않냐.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한 작품이 대박 나서 CF 많이 찍으면 돈 많이 벌지만 거기서 끝이다. 오작두는 캐릭터로 기억이 돼서 더 의미 있다. 몇 년 만에 팬카페에 글을 썼는데, 원래 작품 끝나면 대사부터 다 까먹는 스타일이다. 근데 이 작품은 조금 오래갈 것 같다. 데뷔작 ‘나는 달린다’ 때도 사회적 루저에 전혀 멋있지 않았지만, 자기 신념이 있는 캐릭터였다. 팬들은 오작두를 ‘나는 달린다’의 성장판으로 보더라. 가진 건 없지만 남들에게 따뜻한 사람이 멋진 남자 아니냐. 오작두 같은 캐릭터를 또 연기하고 싶다.”

사진=킹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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