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변동진]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다만 불리한 세금 문제로 인해 수입맥주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2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2년 59개에 불과했던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은 2015년 72개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95개 이상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제맥주 생산량이 2015년 454만㎘에서 지난해 977만㎘로 2년 사이 약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 운영 현황. /한국수제맥주협회

수제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원인은 2014년 주세법 개정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후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판매)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4월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발효로 수제맥주에 대한 영업허가제가 폐지되고, 제조자에 대한 과세표준 경감도 확대됐다.

이와 함께 안정적으로 수제맥주를 유통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성장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014년 설립된 생활맥주는 이달 기준 약 5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300억원을 돌파, 매년 100% 이상 성장 중이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제맥주 브랜드. /생활맥주

수제맥주 시장이 이 같이 성장함에 따라 유통공룡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5월 ‘PK마켓’과 스타필드 하남점 등 프리미엄 마켓에 국내 수제맥주 27종을 출시했다. 강릉 ‘버드나무’와 속초 ‘그래프트루트’ 등 총 4곳의 소규모 양조장과 손잡고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내 25개의 양조장과 75종의 수제맥주를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패션이 사업의 중심이었던 LF 역시 지난해 인수한 주류 업체 인덜지를 통해 양조장 설립에 나섰다. 롯데는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푸드의 데블스도어는 서울 센트럴시티, 스타필드 하남, 부산 센텀, 제주 신화월드에 이어 최근 코엑스점을 신규 오픈했다.

그러나 수제맥주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세법상 국산맥주는 수입맥주보다 세금 부담이 더 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모두 붙인 순매가에 주세(제조원가의 72%), 교육세(주세의 30%)를 매긴다. 반면 수입맥주는 신고가에 같은 세율을 부과한다. ‘신고가’는 말 그대로 업체에서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낮게 책정하면 세금도 덜 낼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산맥주들은 수입맥주에 비해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보니 판매량은 물론, 생산량까지 쪼그라드는 이른바 ‘역차별’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내 한 대형마트 수입맥주 코너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국세청이 발표한 국내맥주 출고량을 보면 2013년 206만㎘에서 2016년 198만㎘까지 떨어졌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는 48.4% 하락했다.

반면 수입맥주들은 편의점에서 6캔(500㎖)에 1만원, 4캔에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편의점 브랜드에서는 이미 전체 맥주 매출 중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아울러 지난해 맥주 수입량은 33만1211t으로 전년(22만508t) 대비 약 50% 증가했다. 맥주 수입액의 경우 사상 최대인 2억6309만달러(한화 약 2807억원)을 돌파했다.

수제맥주 업체 관계자 “품질은 높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 싶다”며 “이를 위해선 좋은 시설과 양질의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세금이 과중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수제맥주뿐 아니라 국내맥주까지 수입맥주에 잡아먹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