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허스토리’는 위안부 관부 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피해자들의 과거를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진정성과 감동을 자아낸다.

영화는 1992년부터 1998까지 6년 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하관)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실제 사건을 그린다.

‘허스토리’가 ‘눈길’(2015년) ‘귀향’(2016년) ‘아이 캔 스피크’(2017년) 등의 위안부 영화와 다른 점은 개별 할머니들의 삶과 애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또 한 여성의 비극과 고통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변호인과 원고단 사이의 연대를 그리는데 집중하며 휴머니즘을 극대화한다.

영화는 실존 인물인 원고단 단장 문정숙(김희애)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여행사 사장인 문정숙은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돈과 시간을 쏟는 인물로 위안부 피해 신고를 받는 사무실을 개설한다. 문정숙은 가사도우미이자 가족같이 지낸 배정길(김해숙)이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일본 정부를 한 소송까지 나선다.

‘허스토리’는 일본을 적대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할머니들을 무료 변호한 재일교포 변호사 이상일(김준한)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메가폰을 잡은 민규동 감독은 주로 피해자, 가해자로만 묶인 기존의 위안부 영화와 다른 방식을 택한다. 국적에 상관없이 한 몸이 된 이들의 연대에 집중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더한다.

“돈 받으려고 몸 팔아놓고 이제 와 보상을 받으려 하냐”는 조롱과 손가락질에도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건 문정숙을 비롯한 변호인단의 든든한 응원과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허스토리’는 이들의 당당한 모습을 강조하며 보는 이들에게까지 뜨거운 울림과 용기를 전한다. 피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해도 지레 겁먹고 도망치지 말고 끝까지 맞서 싸우라는 교훈적 메시지까지 전파한다.

영화는 6년 동안 이어진 길고 긴 법정신을 스크린으로 구현한다. 처음에는 의기소침한 할머니들이 점점 일본 재판부에 당당하게 맞서며 변화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법정신이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영화 '허스토리' 리뷰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우아한 매력을 어필한 김희애는 드세고 거친 여성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해 눈길을 끈다.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 역시 능통하게 구사하며 실존 인물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다. 베테랑 김해숙 역시 억누른 감정을 폭발하는 배정길 역으로 심금을 울리는 호연을 펼친다. 예수정, 문숙, 이용녀도 각각의 캐릭터와 맞는 옷을 입으며 완성도에 힘을 보탠다. 영화 속 유일한 ‘웃음꽃’으로 활약하는 김선영의 재치 있는 연기 역시 돋보인다. 러닝타임 121분. 12세 관람가. 27일 개봉.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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