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기업 앞서가는데...우리 기업 '걸음마' 단계
블록체인 시장 5년 뒤 10배 커진다...'장기전' 대비 필요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개념조차 생소했던 블록체인이 우리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 광풍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 했던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로 적용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급망 관리에서 의료 기록 조회, 물류 추적에서 보험금 계산에 이르기 까지. 블록체인을 적용한 산업은 앞으로 더 넓어질 전망이다.

2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 ICT기업은 물류, 의료,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관련 산업 육성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개념은 지난 2008년 처음 등장했다. 전세계를 비트코인 열풍에 빠뜨린 나카모토 사토시의 논문 ‘비트코인 : P2P 전자 화폐 시스템’에서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이 되는 P2P 네트워크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가상화폐 역시 데이터의 한 종류임을 감안한다면 블록체인은 세상 모든 데이터를 사람 대 사람(P2P)으로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셈이다.

블록체인 기술에는 중앙 집중식 중개가 필요없다. 즉 중개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중개인이나 업체가 없어도 데이터를 조회하고 기록할 수 있다. 때문에 블록체인은 기존 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업체, 스타트업 등이 팔로워에서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실생활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한 서비스가 점점 늘고 있다. 물류, 의료는 물론 보험 등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의 무한한 확장성이 영토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사진=픽사베이

발빠른 글로벌 기업들…의료, 물류, 보안 다양한 분야 서비스 선보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은 발빠르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IBM은 지난해 1월 블록체인을 적용한 ‘ADEPT(Autonomous Decentralized P2P Telemetry)’ 프로젝트를 통해 환자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접근이 불편한 의료 기록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누구라도, 어디서든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IBM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적용 분야를 확장하고자 하고 있다.

월마트는 블록체인을 적용한 다수의 특허 기술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5월 드론 배송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특허를 마친 데 이어, 올 6월에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의료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 등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늘려가는 중이다. 월마트는 건강 보험 회사인 휴마나(Humana)의 인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블록체인을 품은 월마트는 소매업을 넘어 의료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보험자문회사인 리스크 코퍼레이티브는 지난해 6월 68조원 보험중개 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리스크 코퍼레이티브는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보험사기 등에 노출되기 쉬운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식품안전기관인 식품기준청(FSA)은 2일(현지시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공급망 모니터링 서비스의 시범 운영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식품이 도축업자나 원산지에서 중간 상인, 소매 유통망을 거쳐 식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에 남겨 안전하고 간편하게 유통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는 중앙 집중식 중개가 필요없다. 중개인이나 업체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데이터 접근성도 용이하고,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다./출처=KTB투자증권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삼성·LG·교보 등 대기업 중심

국내 기업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나 해외와 비교해 볼 때 아직 초기 단계다. 삼성SDS는 지난해 4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넥스레저(Nexledger)를 기반으로 삼성카드의 디지털 신분증과 지급결제 서비스를 개발했다. 같은 해 5월에는 관세청, 해양수산자원부, 한국IBM 등과 함께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발족하기도 했다.

LGCNS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기관 50여곳이 만든 R3컨소시엄에 참여해 R3가 만든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CORDA)’를 국내에 적합한 모델로 만들어 기업과 금융권에 보급할 계획이다. 앞서 2015년 말에는 블로코 등 스타트업 5개사와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해 전자증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보험 분야에서는 교보생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교보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보험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보생명은 2020년까지 해당 시스템을 적용하는 병원을 전국 6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도 대규모 협업 뿐 아니라 기술개발과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주도로 2016년 11월 ‘금융권 공동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출범해 공동 연구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16개 주요은행과 26개 증권사 등 범 금융권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다. 그 밖에 금융투자협회의 체인아이디(2017년 10월), 은행연합회의 은행공동 블록체인 인증 시범사업(올 4월) 등 다양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 시장, 5년 뒤 10배 성장...보안 확대로 소비자 혜택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시장 전망을 ‘장밋빛’으로 그리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블록체인을 ‘사회를 뒤바꿀 21개 기술’ 중 하나로 지목하고 2025년까지 전 세계 총 생산의 10%가 블록체인에 기록될 것으로 봤다. 미국 컨설팅기업 가트너도 블록체인 유관 시장이 2025년 1760억 달러(약 195조원)으로 성장하고 2030년 3조1000억달러(약 343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 산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 보고서에서 세계 블록체인 시장이 2022년까지 지금보다 10배 이상(약 1조원 규모)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기술이 확장성, 상호 운용성 등 한계를 극복해 산업과 사회를 혁신하는 기반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블록체인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큰 장점은 보안이다. 해킹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IT보안시스템이 정보 축적시 막대한 서버 구축과 운영비용이 드는데 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시설 보수 및 유지비용이 적게든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구축할 경우 초기 비용이 들어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보안시스템 운영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일상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소비자들은 장기적으로 보안시스템 비용절감에 따른 가격절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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