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속노조 가입·파업 추진' 무기로 사측 압박 수위 높여가
정부 지원 전·후 태도 바뀐 노조 "생계 위한 결정"

[한스경제 이성노]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에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산별노조 전환(금속노조 가입)과 파업 수순을 밟겠다고 하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회사는 13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운영중이고, 이 과정에서 노조는 대주주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수차례 '파업을 자제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16차례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임금 10% 반납 건을 제의했고, 노조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임단협에서 회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금속노조 가입 추진과 동시에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노조

자금 지원받기 전에 '파업 자제'…지원 받으면 '파업권 확보'

임단협에 실망한 노조는 산별노조 전환과 파업을 무기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투표를 통해 금속노조 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내부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며 정식 가입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현 집행부 임기가 만료되는 10월 이전에는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찬성 93.4%)를 거쳤고,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합법적인 파업권까지 손에 쥐게 된다. 향후 임단협 진행 결과에 따라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노조가 강력하게 회사를 압박하자 업계 안팎에선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회사가 13조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과 약속을 어겨가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조선업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으로부터 13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당시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겠다'는 파업 자제 동의서롸 자구안 이행 등에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긴 확약서를 세 차례 채권단에 제출했다. 게다가 노사는 지난해에도 ▲경영정상화까지 전 직원 임금 10% 추가 반납 ▲생산 매진을 위해 진행 중인 교섭의 잠정중단 ▲경영정상화의 관건인 수주활동 적극 지원 ▲기존 채권단에 제출한 노사확약서 승계(2015년, 2016년) 등 4가지 조건에 합의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러한 행보가 '여측이심(如?二心·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이 아니냐며 직접적 비난을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며 "지난해 흑자 경영에 성공했지만, 정부의 지원이 대부분이라는 게 업계 정설이다. 노조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정부 지원을 받을 때마다 '파업 자제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해 왔다. 외부에서 볼 때 경영 상황이 좋아진 뒤 노조의 파업 수순은 정말 나쁘게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 역시 "노조가 임단협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일종의 '압박 카드'로 보여진다"며 "실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의미심장한 경고장을 보냈다.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입장은 없지만, 노조의 파업 자제 동의서가 효력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노조가 파업을 진행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거제도 사무소 출입구 앞에서 금속노조 가입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사진=대우조선해양노조

당장 눈앞의 생계 위한 결정…순수 기본급 최저임금에도 못 미처

반면, 노조 측은 그동안 고통 분담과 헌신이 있었기에 회사 실적이 안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대우는 더이상 받을 수 없으며 당장 눈앞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수의 진을 쳤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4년 동안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임금, 단체행동 등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를 많이했다"며 "매년 회사 상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순수 기본급은 여전히 최저 임금에 미달되는 상황이다. 당장 눈앞의 생계유지를 위해서 합법 안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동원할 것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임단협은 사실상 채권단과 협상'이라고 표현했다. 비용적인 측면(임금)에서 회사의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고, 대부분 채권단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노조는 채권단의 전향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노조의 '압박 행보'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사실, 노조의 행보는 임단협 과정에서 매년 고정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면서 "파업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 단체행동이자 정당한 권리다"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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