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버버리ㆍ페르노리카 등 글로벌 기업, 고배당ㆍ쥐꼬리 기부 여전

[한스경제 변동진 기자] 영국계 글로벌 의류업체 버버리가 한국에서 3년간 850억원에 달하는 배당잔치를 벌이는 동안 기업의 사회공헌 척도인 ‘기부금’은 거의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들의 ‘고배당 저기부’ 정책은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지적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계 글로벌 패션업체 버버리. /버버리 인스타그램

12일 금융감독원 전장공시스템에 따르면 버버리코리아는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기준 영업이익 15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358억원, 순이익 127억원으로 각각 3.3%, 30.0%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배당금 400억원으로 전년(300억원)보다 33.3%나 늘었다. 배당성향은 313%에 달했으며, 직전 회계연도 대비 149.1%p 상승했다.

2015회계연도와 비교해도 배당금은 166.7%(150억원→400억원) 올랐고, 배당성향은 241.1%p 늘었다.

국내법인의 외형과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본사(영국 버버리인터내셔날홀딩스, 지분 100%)는 더 많은 자금을 빼내 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회공헌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이다. 버버리코리아의 2017회계연도 기부금은 0원이다. 당초 연간 150만원가량 기부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는 것이다.

버버리코리아 주요 실적 및 배당·기부 현황. /전자공시시스템

◇글로벌 주류사, ‘고배당 저기부’ 심각

글로벌 기업의 ‘고배당 저기부’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위스키 업체들은 기부금이 매출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니워커로 잘 알려진 디아지오코리아의 2016회계연도(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배당성향은 101.8%다. 5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이보다 많은 572억원을 본사에 송금했다. 전년 배당성향은 237%(순이익 572억원, 배당 1354억원)였다.

반면 기부금은 11억원에 그쳤다. 매출 3257억원 중 약 0.32%만 사회공헌에 쓴 것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967억원)와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998억원)의 합산 매출액 1965억원이지만 사회공헌은 7200만원에 불과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0.03% 수준이다.

물론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 2016회계연도 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년 배당성향은 무려 318%(순이익 20억원, 배당 64억원)을 기록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은 115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91.2%으로, 사실상 수익 대부분을 본사가 챙겼다.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 이른바 명품 3사는 유한회사로 변경,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샤넬 홈페이지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명품 3사’, 경영정보 비공개…유한회사 변경

심지어 ‘명품 빅3’로 꼽히는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은 경영정보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한회사라는 이유에서다. 현행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감사보고서 제출을 의무로 하지 않고 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애초 주식회사 형태로 출범했지만, 2012년 유한회사로 간판을 바꿨다. 과도한 배당성향 대비 기부금 등 사회공헌도가 낮아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게 당시 업계 중론이었다.

구찌코리아도 2014부터 유한회사로 법인을 바꾼 이후 경영 관련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 주요 명품 브랜드인 휴고보스·마이클코어스·고야드 등도 유한회사다.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로 잘알려진 토즈(TODS)의 한국법인 토즈코리아는 2016년 약 7000만원 정도 내던 기부금을 지난해부터 없앴다. 펜디(FENDI)도 651만원에서 0원이 됐다.

◇韓, 명품업체 돈줄로 전락…중국선 가격 할인

가장 큰 문제는 사회공헌은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은 ‘돈줄’로 전락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루이비통의 경우 지난해 11월 주요 제품의 가격을 5% 인상 이후 불과 3개월 만인 지난 2월 주요 제품에 대해 10%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리고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한 번 가격을 2.4%가량 인상했다.

샤넬 역시 지난해 5월, 9월, 11월에 가격 인상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 1월과 5월 다시 한 번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아울러 구찌와 에르메스 역시 지난 1월 주요 제품들의 가격을 인상했으며, 프라다 역시 휴가철을 맞아 버킷백의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반면 중국에서 루이비통은 판매 상품 가격을 3~5% 인하했다. 품목별 가격 하락폭은 300~1500위안(약 5만~25만원)이다. 에르메스와 구찌도 이에 동참했다. 홍콩에서도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마켓인 한국이 쉽게 말해 호구가 된 것”이라며 “국내 제조사는 수년 만에 과자 가격을 인상해도 굉장히 질타를 받는 반면, 이들은 1년에 수차례씩 올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유한회사로 법인까지 변경하는 중”이라며 “단순히 상품을 팔어 벌어들인 수익을 챙길 것이 아니라 각종 후원과 저소득층 대상 기부 등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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