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 20여 명을 구조하며 의인으로 불린 김동수(53) 씨가 13일 청와대 인근에서 자해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낮 1시 50분께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흉기로 본인의 몸을 찔렀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의하면 제주도에 거주 중인 김 씨는 가족에게 '청와대에 가서 항의하겠다'는 말을 남기고서 이날 오전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 이후 김 씨는 자신을 찾으러 온 유가족 관계자들을 보자마자 자해했다.

화물차량 운전사였던 김 씨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시 자신의 몸에 소방호스를 감고 물에 떠 있는 사람들을 끌어올려 20여 명을 구조하면서 ‘파란 바지의 의인’이란 별칭을 얻었다.

이러한 공적으로 보건복지부는 2015년 6월 김 씨를 의상자로 인정했으며,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김 씨에게 국민추천포상을 수여했다.

그러나 김 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화물차를 잃은 것은 물론, 치아 손상·근막통증증후군 등의 부상을 당했다. 정신적인 사고 후유증도 컸다. 공황장애와 불안 증세는 물론 손 떨림 증상이 나타나면서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게 돼 생계유지도 어려워졌다.

그는 2015년 5월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신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고, 가끔씩 기다려달라는 단원고 학생들의 환청이 들린다며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김 씨는 이전에도 수차례 자해를 시도했다. 그는 2015년 3월 자택 화장실에서 손목을 그었다.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구한 김 씨는 이후 인터뷰에서 “지나가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그날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다 보상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호소했다.

같은 해 12월 김 씨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개최한 1차 청문회 도중 “솔직히 너무 한 거 아닌가, 이렇게 억울하다”며 본인 복부를 칼로 찔렀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주변인들은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들이 ‘모른다’, ‘기억 못 한다’고 일관하는 것에 분개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씨는 2016년 4월에도 제주도 1청사 로비에서 "세월호 진상규명도 안 되고 치료도 안 되는 이 나라가 싫다"고 소리치며 도청 로비에서 흉기로 왼쪽 손목을 자해했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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