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분기 금리인상 가능성 여전...고용부진·무역분쟁 등 대내외여건 악화가 '변수'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하반기 시작부터 한국 경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용지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원화 약세, 미·중 무역갈등 여파까지 밀려오며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연내 기준금리 조정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며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면서도 “고용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에선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을 개진한 이일형 금통위원이 이번에도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소수의견은 통상 금리인상에 앞선 시장 ‘시그널’로 읽힌다. 당시 이 위원의 소수의견 이후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에 한은은 6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 조정해 1.50%로 인상했다.

그러나 이번 소수의견에도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만장일치가 아닌 소수의견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날 국채선물은 내리고 국고채 금리가 소폭 상승하긴했으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에 더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특히 고용 등 실물지표 부진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 자체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들어 5번의 통화정책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자료=한국은행

한은, 경제성장률 전망 2.9%로 하향 조정…고용부진에 수출악화까지 ’사면초가’

한은은 이날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0.1%포인트 내린 2.9%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2.9%에서 2.8%로 수정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 성장 흐름이 지난 4월 전망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1월과 4월 내놓은 3.0% 경제 성장률 전망에서 한발 물러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전망치(2.9%)와 같은 수준이다.

설비와 건설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고용쇼크마저 한국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설비·건설투자 성장률은 각각 1.2%, -0.5%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각각 14.6%, 7.6%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의 반도 채 되지 않는다.

올해 취업자 수 역시 18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지난해(32만명)의 56%, 2014~2017년 평균(35만8000명)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에도 새로운 일자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6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3개년 월평균(27만6000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이 양국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은 미국 11.4%, 중국 26.5%에 이른다. 둘을 합쳐 40% 가까이 된다. 특히 대중 수출의 79%인 중간재 수출길이 막힌다면 그간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무역수지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은, KDI와 달리 정부는 아직 3.0% 경제성장률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올해 우리나라가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다음주로 예고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전망치가 수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민간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2.8% 전망을 내놓고 있다.

4분기 금리인상설 유력하지만…연내 인상 ‘불가능론’도 나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올 4분기로 점치고 있다. 7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왔으나 실제 기준금리 인상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선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을 감안하면 연내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소수의견과 지난해 소수의견 등장 시점의 배경이 다르다는 점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지난해 10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올 당시 한은은 성장과 물가전망을 2.8%에서 3.0%로, 1.9%에서 2.0%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7~9월 월별 물가 역시 연속 2%를 웃돌아 한은의 중기 목표치인 2%를 넘었다. 금리 인상의 적정 시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 성장과 물가, 경기 불확실성 측면에서 한은은 성장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물가 전망도 1.6%로 목표치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을 점치고 있다. G2의 무역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소수의견은 당초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연내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고용과 무역 불확실성이 당분간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으로 확산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무역 분쟁에 따른 대외여건 불확실성으로 금리 조정을 유보했다면 다른 위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그 근거는 물가가 될 것이고 4분기 물가 상승 압력이 있다면 기준금리 인상이 전망된다”며 올 11월 금리 인상을 내다봤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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