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영계·노동계 모두 반발…'2020년 1만원' 정부도 난감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8350원. 최저임금위원회가 15차례 전원회의 끝에 결정한 내년도 최저임금이다.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금액으로 동결을 주장한 경영계와 1만790원을 요구한 노동계는 물론,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정부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의결했다. 사용자위원 9명,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5명 등 14명의 위원들은 오전 4시30분께야 결론을 도출했다. 

근로자위원은 최초 제시안이었던 1만790원에서 한발 물러나 8680원으로 최종안을 제시했다. 공익위원은 근로자위원의 계속된 이의 제기에 8300원에서 8350원으로 수정해 최종안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 안 8680원과 공익 안 8350원을 놓고 표결에 부친 끝에 8표를 얻은 공익 안을 채택했다. 

15차례 회의와 새벽까지 이어진 심사숙고 끝에 8350원이란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이해당사자인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저임금 동결 또는 사업별 구준 적용을 주장했던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소상공인 폐업 또는 인력감축 기로에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주요 지불 주체인 영세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는 사업별로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어느 것 하나 관철시키지 못했다. 사용자위원은 지난 10일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부결(찬성 9명, 반대 14명)되자 곧바로 협상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날 역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만의 참석 속에 결정된 최저임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소상공인 모라토리엄(최저임금 불이행)을 흔들림 없이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 최저임금이 어떠한 경제지표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심각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며 "소상공인들은 폐업이냐 인력 감축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부결되고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며 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취약계층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근로자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나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자에게 희망적 결과 아냐

노동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애초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됐다며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790원을 요구했다.

지난 5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에는 기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없었던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새롭게 추가됐다. 노동계는 이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라졌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근로자위원(4명)이 5월말부터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해왔던 이유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때문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10.9%의 인상률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조속한 실현과 산입범위 개악에 대한 보완을 애타게 기다려온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어서 "사용자 측은 업종별 구분 적용안의 부결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하며 정상적인 심의를 방해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부도 대략 난감

정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다.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상황에서 내년에는 무려 19.8%의 인상률을 기록해야 공약을 지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최근 고용지표와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정부 일각에서도 '속도조절론' 이야기가 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2일 "2020년까지 1만원을 목표로 가기보다는 최근 경제 상황과 고용 여건,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 시장에서의 수용 능력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어렵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이번 결정으로 인한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는 양측 모두를 달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은 다음달 5일까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확정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어느 한쪽이 노동부 장관에게 이의 제기를 할 경우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으나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현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모라토리엄(최저임금 불이행) 역시 현행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실행에 옮겨질 공산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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