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는’ 수비수ㆍ‘수비 가담’ 공격수... 러시아 월드컵 대세는 '멀티'
‘골 넣는’ 수비수ㆍ‘수비 가담’ 공격수... 러시아 월드컵 대세는 '멀티'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8.07.17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FIFA 월드컵 공식 페이스북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FIFA 월드컵 공식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분야를 막론하고 멀티 능력이 강조되는 요즘이다. 세계 축구의 트렌드도 예외는 아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역시 ‘멀티’라는 현대 축구의 흐름이 확실히 반영된 대회였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전문가 5인의 도움을 받아 이번 대회 ‘신개념 베스트 11’을 선정했다.

◇세트피스 강화+’골 넣는 수비수’ 각광

스포츠에선 흔히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요즘 세계 축구의 흐름은 ‘방어가 최선의 공격’에 더 가깝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수비수들과 수비 전술의 진화다. 프랑스가 정상에 오르기까지도 ‘골 넣는 수비수’들이 있었다. 조별리그부터 총 7경기를 치르는 동안 프랑스는 14골을 터뜨렸다. 이 중 3골은 사무엘 움티티(벨기에와 4강전 결승골) 같은 수비수들이 기록했다.

수비 형태가 밀집 압박 수비로 바뀌고 라인이 보다 촘촘해지는 한편, 수비수들이 세트피스 공격에 적극 가담해 득점까지 척척 해내는 게 현대 축구의 특징이다.

김대길(52) KBS N 해설위원은 “과거 압박 축구에선 상대 공격수들을 하프라인 부근부터 압박했는데 이젠 페널티박스 10m 부근까지 그 선이 내려왔다”며 “그러다 보니 상대의 중거리 슛 허용 범위도 기존 20m에서 25m 이상으로 늘려 득점 확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운을 뗐다. 실제 감독들은 포백(4-back) 수비는 그대로 두고 측면 풀백들을 올려 가상 공격수들을 늘리고 미드필드에서 변화를 많이 주곤 한다. 역할이 고정되지 않은 선수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김대길 위원은 “세트피스가 강화되다 보니 중앙 수비수 등이 세트피스에 가담해 얼마나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느냐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위험지역 파울 유도 등을 통해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경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준희(48) KBS 해설위원은 “최근 수비 전술의 발전이 눈에 띈다”며 “수비 전술이 발전하면 필드플레이에서의 득점이 그만큼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국 세트플레이에서 공격 능력이 있는 수비수들의 가담이 더욱 중요해진다. 골 넣는 수비수들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골 넣는 수비수들은 예리 미나(24ㆍ콜롬비아), 해리 맥과이어(25ㆍ잉글랜드), 세르히오 라모스(32ㆍ스페인), 디에고 고딘(32ㆍ우루과이), 마츠 훔멜스(30ㆍ독일),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33ㆍ스웨덴), 라파엘 바란(25ㆍ프랑스) 등이 있다. 다만 한준희 위원은 “사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최근 몇 년간 유럽 빅리그들에서 나타났던 변화이기도 하다”며 “이번 월드컵에선 그게 더 크게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차상엽(43) JTBC3 FOX SPORTS 해설위원도 “파나마가 1-6으로 진 잉글랜드전을 제외하면 약팀들은 대부분 버티기식 수비 축구를 펼쳤다”며 “유로 2016과 이번 월드컵을 관통하는 현대 축구 키워드 중 하나는 점유율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점유율에 상관없이 작정하고 수비하는 팀들이 많아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킬리안 음바페(오른쪽). /사진=FIFA 월드컵 공식 트위터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킬리안 음바페(오른쪽). /사진=FIFA 월드컵 공식 트위터

◇기동성 갖춘 공격진의 ‘수비 가담’ 중요

반대로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 또한 중요해졌다. 한준희 위원은 “최전방 공격수들은 폭넓은 움직임과 기동성, 수비 가담 등을 요구 받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마리오 만주키치(32•크로아티아)와 해리 케인(25ㆍ잉글랜드), 로멜루 루카쿠(25ㆍ벨기에) 등이 단순히 문전에만 머무르지 않았던 사례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플레이 메이커들이 수비 가담과 기동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은 이미 현대 축구에서 당연시돼온 부분이다”며 “루카 모드리치(33ㆍ크로아티아)야말로 이에 잘 부합하는 모습을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준희 위원은 “포지션별 특수성보다는 가면 갈수록 다재다능함이 더 필요해지는데 모드리치가 그에 맞는 대표적인 미드필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축구의 고(故) 요한 크루이프로 불릴 만하다”고 덧붙였다.

미드필더 부문에서 기동성, 활동성, 다기능적 플레이를 뽐낸 선수들은 많다. 알렉산드로 골로빈(22), 로만 조브닌(24ㆍ이상 러시아), 이반 라키티치(30), 마르셀로 브로조비치(26ㆍ이상 크로아티아), 은골로 캉테(27), 폴 포그바(25ㆍ이상 프랑스), 엑토르 에레라(28ㆍ멕시코) 등을 들 수 있다.

박찬하 JTBC 해설위원은 “개인이 경기를 뒤집는 경우가 줄고 있다. 이런 현상은 꽤 오래 전부터 일어나긴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더 두드러졌다. 팀들은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공격수들은 ‘파이널 서드(축구장을 3등분 했을 때 상대 골문 근처 지역)’에서 공간 확보가 어려워져 득점을 많이 한 선수도 알고 보면 페널티킥 등 세트피스 골이 많은 경우가 꽤 있다. 루카쿠 등 스타들이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이번 대회 득점왕에 오른 케인도 6골 중 3골을 페널티킥으로 얻어냈다.

김대길 위원은 “포지션별로 보면 에당 아자르(27ㆍ벨기에)가 미드필더의 유연함을 보여줬으며 킬리안 음바페(20ㆍ프랑스) 등은 전방에서 멀티 능력을 과시했다”고 예를 들었다.

한국스포츠경제 선정 러시아 월드컵 '신개념 베스트 11'.
한국스포츠경제 선정 러시아 월드컵 '신개념 베스트 11'.

◇골키퍼도 피지컬보다 다재다능 갖춰야

골키퍼 역시 ‘멀티’ 능력이 필요한 추세다. 김대길 위원은 “골키퍼 포지션은 조던 픽포드(24ㆍ잉글랜드)처럼 발로 처리하는 능력, 순발력, 민첩성, 판단력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 단순히 피지컬에서 우위에 있는 선수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조현우(27)도 그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골키퍼”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선 스타라 할 만한 골키퍼가 별로 없었다는 평가도 있다. 박찬하 위원은 “우리나라는 예외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대체로 골키퍼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며 “사실 수비가 좋은 팀들은 골키퍼의 활약 여지가 적어진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빌드업 능력 등과 같은 요소들보다는 실점을 하지 않는 골키퍼 본연의 임무를 얼마만큼 해내느냐가 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 골키퍼인 골든 글러브(옛 야신상) 수상자는 티보 쿠르투아(26ㆍ벨기에)로 결정됐다. 유럽 축구에 정통한 한 축구 관계자는 “이번 대회에선 골든 글러브에 걸맞은 활약을 한 골키퍼가 잘 보이지 않았다”며 “(발표 전까지) 다니엘 수바시치(34ㆍ크로아티아)나 위고 요리스(32ㆍ프랑스), 쿠르투아 정도가 꼽혔지만 2002년 올리버 칸(49ㆍ독일)이나 2006년 잔루이지 부폰(40ㆍ이탈리아), 2010년 이케르 카시야스(37ㆍ스페인), 2014년 마누엘 노이어(32ㆍ독일)에 비하면 확실히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