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끊임없이 실패에 도전하려 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인물은 누구일까. 흔히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나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 워렌 버핏을 떠올린다. 그러나 한 때 부자의 대명사로 불렸던 이 두 명의 재산을 합친 것만큼 부를 쌓은 인물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다.

베조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매체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그리고 16일(현지시간) 베조스는 미국 매체 포브스가 부자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역대 최고 자산을 지닌 갑부에 올랐다. 그의 재산은 무려 1510억달러(약 170조원)에 이른다. 블룸버그 지수서 2위에 오른 빌 게이츠보다 약 1.5배나 더 많은 수치다.

그는 불과 26살의 나이로 한 회사의 부사장에 오르는 등 앞날이 보장돼 있었지만, 안정적인 삶을 뿌리치고 도전을 택했다. 그리고 실패마저 값진 교훈으로 승화시키면서 연 매출 1800억달러(약 190조원)을 기록하는 아마존을 일구며 성공신화를 썼다.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 과감함

미국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에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제프 베조스는 졸업 이후 여러 기업을 전전하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회사 ‘D. E. 쇼’에 입사한다. 이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입사 1년 만에 최연소 부사장 직위에 오른 베조스는 1994년 인터넷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 아이템을 맡게 됐다. 이때, 인터넷 사용인구가 1년 만에 2300배나 늘었다는 통계를 본 베조스는 인터넷 사업이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했다.

통계자료라는 조그마한 가능성을 가지고 창업에 눈을 뜬 베조스는 사업 아이템으로 책을 선정했다. 책은 누구든지 구매하는 상품이라 수요가 끊임없다. 국제표준도서번호를 토대로 이미 분류가 잘 돼 있어 재고가 없어도 대형 도매상을 이용하면 빠르게 부족한 상품을 채울 수 있기에 유통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베조스는 이러한 여건에서 책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면 오프라인 서점보다 몇 배나 많이 팔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치밀한 사업 구상 이후 베조스는 회사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쇼에게 독립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베조스를 곁에 두고 싶어 했던 쇼는 그를 만류하고자 했다. 이제 막 결혼한 청년이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창업에 뛰어드는 행동은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이를 듣고 고민에 빠진 베조스는 자신만의 사고 시스템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으로 철저한 계산을 통해 퇴직을 결정했다. 상황·전망 등을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가장 후회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는 작업이다. 베조스는 시스템 검증까지 마치면서 구상한 창업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며, 후회하지 않을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베조스는 1998년 레이크 포레스트 칼리지에서 한 연설에서 “여든 살이 돼 삶을 뒤돌아봤을 때, 인터넷이 엄청난 사업이 될 줄 뻔히 알면서도 뛰어들지 않는다면 정말 후회할 거라 생각했다”며 “설령 뛰어들었다가 실패한다 할지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퇴사를 결정한 베조스는 1995년 7월 시애틀에 위치한 자신의 집 창고에서 3대의 워크스테이션을 가지고 아마존을 창업했다. 아마존은 창업 일주일 만에 미국 전역과 전 세계 45개 도시에 서적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5월에는 월스트리트지가 1면에 대서 특필하기도 했다. 물품 없이 온라인 카탈로그만 존재하는 순수 전자상거래 업체로 출발한 아마존은 1997년 5월 주당 18달러에 상장됐고 주당 100달러까지 상승하게 된다.

 

기회를 위기로 삼은 ‘실패 장려주의’

베조스의 사업은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다. 2001년 세계적인 금융회사 리먼 브라더스는 아마존이 현 구조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1년 안에 파산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발표 이후 아마존닷컴은 1주일 만에 주가가 19%나 급락하게 된다. 심지어 같은 해 닷컴 버블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인터넷 소매상인 아마존은 최고 100달러였던 주가가 6달러로 추락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적자와 부채 규모는 각각 7억 달러 20억 달러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베조스는 이를 새롭게 도전할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위기 상황에서 그가 먼저 선택한 방법은 직원 감축과 오픈 마켓으로의 전환이었다. 그는 1400명이라는 대규모 인원 감축을 진행하면서 2000년 ‘마켓 플레이스’라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다. 마켓 플레이스는 아마존의 직판매 제품과 입점 소매상들의 제품이 아마존 사이트 안에서 함께 판매되는 오픈 마켓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2002년부터 다시금 흑자를 내기 시작한 아마존은 이듬해 비성수기에 처음으로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회사 최초로 연간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베조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공격적인 영역 확장을 꾀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기업 이윤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독점’이었다. 한번 독점하기 시작한 부문에서는 끊임없이 효율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독점을 창출하기 위해 다소 무리라고 생각하는 영역에 지금까지도 확장을 계속하게 됐다.

아마존은 먼저 책이라는 컨텐츠를 다양하게 팔기 시작했다. 종이로 구성된 책만 아니라 전자책과 구매한 전자책을 담아 보관하는 ‘킨들’이라는 제품도 출시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많은 유통업계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비디오, CD 외에도 의류, 전자제품, 장난감 등을 판매해 사업 범주를 확장했다. 창업을 결심하기 직전 구상한 ‘에브리싱 스토어’(모든 제품을 파는 가게)와 유사했다.

그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인터넷 쇼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아마존의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위기 이후 연이은 성공으로 창업 당시 연 매출이 51만 달러(5억 7375만원)에 그쳤던 아마존은 2011년 연 매출이 170억 달러(19조 1250억원)에 이르면서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베조스는 2016년 작성한 주주 연례 서한에서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보다 가장 편하게 실패하는 회사로 만들고자 한다”면서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기에 우리는 1000억 달러 매출을 내면서도 끊임없이 실패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실패는 성공을 향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그래서 실패를 막기보다 오히려 장려한다. 아마존 역시 위기가 없었다면 리먼 브라더스의 보고서처럼 자연스레 파산했거나 지금쯤 미국 내에 있는 여느 인터넷 서점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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