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배우 고성희는 김지나 그 자체였다. KBS2 종영극 ‘슈츠’에서 패러리걸(Paralegal·법률사무 보조원)로 변신, 제 옷을 입은 듯 훨훨 날아 다녔다. 고성희는 외교관인 아버지 덕분에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하다. 엄친딸로 알려졌지만 “그냥 엄마 친구의 딸일 뿐”이라며 “완벽한 역할만 들어와서 힘들다”고 웃었다. 지난해 ‘당신이 잠든 사이에’(당잠사)부터 ‘마더’ ‘슈츠’까지 연달아 세 작품을 마친 고성희. “‘연기 잘한다’는 호평을 들을 때 가장 짜릿하다”고 했다.
 
-시청률 10%를 넘으며 종영했다.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왠지 모를 확신이 있었다. 마지막 회 시청률 10%를 찍어서 뿌듯했다. 시청률, 작품성 모두 만족도가 높았고 팀 분위기도 좋았다. 사랑 많이 받으면서 행복하게 작업했다. 전 작품(‘마더’)이 조금 어둡고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이번에 지나 캐릭터로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힘이 났다. 다들 시즌2를 희망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 패퍼리걸 역. 어떻게 접근했나.
“전문직이지만 그 부분이 많이 부가되지 않았다. 오히려 ‘당잠사’ 검사 역할 보다 전문지식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고, 법정 드라마도 두 번째니까 편했다. 지나는 지금까지 연기한 배역 중에서 실제 나와 가장 닮아있는 인물이다.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의 결핍을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지점이 닮았다. 엄친딸 아니냐고? 다들 잘못 알고 있는 거다. 정말 엄마친구 딸일 뿐이다. 단점도 정말 많다. 되게 화통할거라고 생각하는데, 은근 예민하고 생각이 많아서 잠도 잘 못 잔다. 길치에 기계치고 몸도 뻣뻣해서 춤도 잘 못 춘다(웃음).”
 
-원작도 참고 했나.
“원작을 일부러 참고한 건 아닌데, ‘마더’ 끝나고 잠깐 쉴 때 문득 생각나서 봤다. 재미있어서 시즌 3까지 봤다. 어쨌든 미국 정서에 맞춰져 있는 드라마니까. 한국 정서엔 어떻게 표현이 될까. 재미있게 받아들여질까 걱정되는 지점도 있었다. 감독님은 ‘김지나가 고성희 그 자체’라며 대본 보면서 너무 공부하지 말라고 했다. 뭔가 만들어 내거나 더 하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해줬다.”

-박형식과 토끼커플로 많은 사랑 받았는데.
“케미를 잘 살리는 친구다. 워낙 잘 받아줘서 이 작품 하면서 처음으로 애드리브도 많이 했다. 막판에 ‘똥멍청이!’ ‘오늘 점심 뭐 먹지?’ 대사도 다 애드리브였다. 유연하고 똑똑한 배우다. 신을 같이 만들 때도 재미있었다. 실제로 한 살 어린데 누나라고 안 부르더라(웃음). 누나라고 했으면 지나와 연우의 관계가 방해됐을 것 같다. 설렌 적 없냐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연기를 하면 당연히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키스신 때 정말 설렜다. 뜬금없이 가까이 다가올 때나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장면 등 수없이 많다.”
 
-연우가 가짜 변호사인 걸 알면서도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지나라면 그랬을 것 같다. 나였다면 좀 더 화를 냈겠지만, 지나는 순수한 사랑을 하는 아이니까. 실제로는 거짓말하는 거 되게 싫어한다. 선의의 거짓말 보다 솔직하게 말하는 걸 좋아한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지나와 연우가 함께 변호사 시험을 보고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지 않을까. 첫 사건을 같이 해결해나가고 싶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감정에 솔직 하려고 한다. 그래야 뒤끝이 없으니까. 밀당도 귀찮아서 안 한다(웃음). 일도 사랑도 한 번 시작하면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시작을 조금 두려워한다. 스스로 얼마나 빠지는지 아니까. 이별 감정 소모가 심하지 않냐. 요즘은 일 하는 데서 가장 큰 에너지를 얻는다.

-장동건과 호흡은 어땠나.
“마주치는 신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볼 때마다 챙겨줘서 감사했다. 선배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진희경, 채정안 선배도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편하게 해줘서 많이 의지했다. 장동건 선배와 러브라인? 다음 작품에서 기대하겠다(웃음).” 
 
-시청자 호평 많았는데.
“시청자 반응을 열심히 찾아 봤다. 20대 초반 신인 시절에는 상처 받으니까 안 좋은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더라. 너무 터무니없는 댓글은 ‘싫어요’ 누르고 웃어 넘기지만, 질타도 받으면서 책임감이 생겼다. 이번에는 칭찬 받을수록 힘이 솟아 오르더라.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호평이 많아서 감사했다. ‘연기 잘한다’는 말 들을 때 뿌듯하고 짜릿했다.”
 
-‘당잠사’ ‘마더’ ‘슈츠’ 연달아 세 작품 했는데.
“‘당잠사’ 전에 2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는데 많이 힘들었다. 현장이 그리웠고 연기에 대한 갈증도 컸다. 그래서 더 간절하게 하루하루 촬영했다. 예전엔 누군가에 끌려갔다면, 지금은 스스로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다. 심지어 드라마 세 편 중간에 영화 ‘트레이드 러브’도 찍어서 1년 반 동안 2주 넘게 쉰 적이 없다. 몸은 힘든데 정신적으로 행복하다. 배우로서 내 자신을 많이 깨려고 노력했고, 인간 고성희로서도 많이 성장했다.”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빈틈 많고 푼수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자꾸 완벽한 캐릭터만 들어와서 힘들다(웃음). 진아처럼 멋진 여성보다는 10년 지기 친구처럼 편안한 역을 맡고 있다. ‘어야~어디야~’ 이런 말투를 쓸 수 있는 실제 우리 여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작품 안 할 땐 집에서 뒹굴 거리면서 ‘배민’(배달의 민족)으로 음식 시켜먹고 똑같다. 조금 쉬고 작품으로 또 새로운 모습 보여주고 싶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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