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 /사진=하나금융투자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30대 후반 하나금융투자 직원 A씨는 유치원생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얼마 전부터 퇴근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지면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아이 역시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기뻐한다. 돌봐주던 가사도우미 고용에 쓰는 돈도 아낄 수 있게 됐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A씨는 “아이가 아플 때 퇴근까지 늦으면 문을 연 병원이 없어서 주말까지 기다려서 병원에 갔다”며 “평일에도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열렸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당 최장 노동시간이 법정근로시간(40시간)과 연장근로(휴일근무 포함 12시간)를 포함한 52시간으로 단축됐다.

이중 증권사는 특례제외업종으로 내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대상이지만 하나금융투자가 업계 최초로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실험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오후 5시면 퇴근 독려 안내방송

현재 하나금융투자는 오전 9시에 출근하는 다른 증권사와 달리 한 시간 빠른 8시에 업무를 시작하고 오후 5시면 퇴근하는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매일 5시면 전사에 퇴근을 독려하는 방송이 나온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의 경우 ‘가정의 날’로 오후 4시 30분에 퇴근 준비 방송까지 한다.  

앞서 하나금융그룹은 불필요한 야근을 최소화하고 5시 이후 업무 지시를 자제하는 등 ‘워라밸’ 기업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나금융투자 또한 이같은 기업 문화에 발맞추며  ‘주 40시간 근무제’ 운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영진 역시 근무 시간 변화에 적극 동참했다. 상사 눈치를 보며 뒤따라 퇴근해야 하는 문화도 하나금융투자에서는 이미 사라졌다. 

직원들은 ‘주 40시간 근무제’에 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취미 생활 등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직원 B씨는 “기존에는 퇴근 후 집에 가면 간단한 집안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고 토요일에는 밀린 개인 업무를 보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며 “이제 퇴근 후 개인적인 운동 등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C 부장은 중학생 아이들과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낸다. 그는 “이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저녁밥 먹기가 여의치 않았는데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인 취미 생활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출·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교통 체증이 심해지는 ‘러시아워(rush hour)’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체감 퇴근 시간이 1시간 30분~2시간 가량 줄어들어 덤으로 개인 시간이 많아졌다.

오후 5시 경 퇴근을 마친 하나금융투자 내 사무실

◇달라지는 근무태도...집중도 높아졌다

근무 시간이 짧아지자 업무에 임하는 직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야근을 해야 할 때는 업무 절차가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5시 퇴근 전까지 무조건 업무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 

다만 증권사 특성상 부서마다 상황이 달라서 일괄적으로 ‘8-5시 근무’를 운영하기가 힘들다. 특히 리서치센터는 외근 등으로 근무 시간이 불규칙하고 국내·외 실시간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 해외 관련 부서 역시 현지 증시 상황에 맞춰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시간에 맞춘 정시 출퇴근이 불가능하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공장처럼 가동시간이 정해진 게 아니다보니 전사에 같은 근무 시간을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각 부서 상황에 맞는 주 40시간 근무 방식을 취합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솔이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