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리온, 국내 시장 점유율 약 80%·롯데제과, 13억 인도 시장서 90% 점유

[한스경제=이성노 기자][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초코파이'.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마음 한켠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는 간식이 아닐까 싶다. 초콜릿이 덮여진 빵과 그사이에 숨어 있는 촉촉한 마쉬멜로는 군생활 애환을 달래주기에 충분할 만큼 달콤했다.   

'국민간식'으로 자리매김한 초코파이는 1974년 오리온에서 처음으로 출시했고, 4년 뒤에는 롯데제과에서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사진=오리온, 롯데제과 

초코파이의 탄생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양제과(현 오리온)의 과자개발팀장이 미국 출장 중 한 호텔 카페에서 초콜릿을 입힌 과자를 먹은 뒤 한국으로 돌아와 1년의 개발 끝에 초코파이를 탄생시켰다. 

오리온이 가장 먼저 초코파이를 생산한 가운데 롯데제과(1978년), 해태제과(1986년), 크라운제과(1990년)에서도 잇따라 같은 제품을 내놓았지만, 현재 국내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브랜드는 오리온과 롯데제과뿐이다. 해태제과의 초코파이는 회사 관계자도 모를 정도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크라운제과의 초코파이는 있는 듯 없는 듯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아이템이다. 중국, 러시아에선 '국민 파이'로 불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고, 과거 개성공단에서는 간식으로 제공되기도 했는 데 당시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한국에 첫 초코파이를 탄생시킨 오리온은 '정' 콘셉트로 5000만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진=오리온

◇  '情(정)'으로 5000만 사로잡은 오리온

올해로 출시 44주년을 맞이한 오리온 초코파이는 국내 초코파이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89년에 내놓은 '情(정)' 콘셉트가 현재의 오리온 초코파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오리온은 경쟁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정'을 초코파이 전면에 내세웠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중독성 강한 CM송을 앞세운 CF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유사제품의 디자인 모방 방지를 위해 한석봉 서체의 '情' 글자에 대한 상표등록도 마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 콘셉트와 CM송이 한반도를 강타하며 경쟁사 제품의 추격을 멀찌감치 뿌리치고 시장 선두 자리를 공고할 수 있었다. 특히 CM송은 지금까지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버릇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초코파이하면 '정'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리고 '오리온'을 떠올릴 수 있는 이유다.

오리온은 초코파이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어떤 경쟁사도 따라올 수 없는 고유한 '맛' 과 '품질' 때문이라고 한다. 출시 이후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변화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2015년 10월에 가격 인상 없이 개당 무게를 35g에서 39g으로 증량했고, 최근 한결 업그레이드 된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더 진하고 달콤한 초콜릿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초콜릿을 약 13% 늘리고, 식감도 더욱 부드럽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누계로 약 250억개가 팔렸다. 특히 2016년에는 글로벌 연 매출 44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낱개 기준 약 23억개에 달하는 양으로, 나란히 세우면 지구 세 바퀴 반을 훌쩍 넘는다. 1년간 전 세계 인구(약 70억명) 3명 중 1명이 초코파이를 맛본 셈이다. 초코파이는 국민과자를 넘어 말 그대로 '글로벌 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에서 초코파이 시장 90%를 점유한 롯데제과는 지난 4워엔 파키스탄에도 공장을 신설했다. /사진=롯데제과

◇ 해외시장서 승부수 던진 롯데

오리온보다 4년 늦게 초코파이를 내놓으며 '만년 2위'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롯데제과는 국내가 아닌 바다 건너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롯데 초코파이의 위엄은 '13억 인구 시장' 인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초코파이를 인도 시장에 수출했고, 2010년엔 인도 남부 첸나이에 첫 번째 초코파이 공장을 건립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두 번째 공장을 추가로 건립하며 인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인도에서 롯데 초코파이의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으로 지난해엔 초코파이로만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인도서 만큼은 롯데 초코파이가 '국민 초코파이'인 셈이다. 

롯데제과는 지난 2014년 식물성 버터와 마시멜로 등으로 만든 채식주의자 전용 초코파이를 개발하는 등 현지화 맞춤 전략으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 역시 현지인들 입맛에 맞춘 식물성 초코파이가 해외법인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롯데제과는 최근 파키스탄 현지에 600억원 생산 규모의 초코파이 공장을 신설하며 18억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무슬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뿐만 아니다. 롯데그룹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북방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20년 만에 다시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1998년 북한의 조선봉화총회사와 합작방식으로 평양시에 공장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정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자로 승인까지 받았지만, 이후 남북관계 경색 등 정치적 요인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롯데제과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 동안 개성공단에 초코파이를 납품하며 북한과 인연을 이어갔다.  

당시 경쟁사들의 초코파이도 함께 납품됐는데 롯데제과 제품 비중이 9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에 납품한 초코파이는 총 123만 박스(약 122억원)에 달한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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