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편의점 안전상비약 최근 4년간 15% 이상 매출 신장
약사회 “전문가 없는 약 구매, 오남용 우려”
소비자 단체 “소비자 약 접근성 고려해야”
편의점약 판매 확대 반대 궐기대회/사진제공=대한약사회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타이레놀과 판콜에이의 편의점 판매를 놓고 약사들과 소비자단체 간 갈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약사들은 오남용이 우려된다며 전문가가 약을 파는 약국으로 판매처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소비자단체는 국민 약 접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회원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정부의 편의점 판매약 확대를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다. 약사들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상비약 품목을 조정하기 위한 지정심의위원회를 결성해 보령제약 제산제 ‘겔포스’, 대웅제약 지사제 ‘스멕타’를 안전상비의약품 목록에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격렬히 반대했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소비자 접근성을 위해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품목을 말하는데 소화제, 파스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13개가 이에 해당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타이레놀·판콜에이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안전상비약 매출은 전체 1% 안팎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상비약 매출이 2014년 28%, 2015년 15.2%, 2016년 24.2%, 2017년 19.7%의 증가율을 기록, 평균 15%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약사들이 판매약 확대 중지를 주장하며 논란의 중심에 세운 약품은 존슨앤드존슨의 해열진통제 타이레놀과 동화약품의 감기약 판콜에이다. 두 제품은 각각 편의점 상비약 매출액 1, 2위를 차지한다. 

약사들은 모든 의약품에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두 제품도 오남용 시 부작용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정재훈 삼육대 약학과 교수는 “두 제품의 주요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진통제 계열 중 높은 안전성을 확보한 성분이지만 과다 복용 시 간 독성이 생길 수 있다”며 “임산부들이 아세트아미노펜을 일주일 이상 복용하면 장애아 출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판콜에이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펜과 함께 카페인이 들어있는데 커피 반 잔 정도의 양이지만 정제 카페인이라 체내에 100% 흡수된다”고 덧붙였다.

약사회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보고된 타이레놀 500㎎ 부작용 보고 건수는 2013년 80건, 2014년 86건, 2015년 88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사진제공=연합뉴

◇시민단체 "오남용 정도 심하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전체 판매량이 2013년 7751만정에서 2014년 1억38만9000정, 2015년 1억1825만정으로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부작용은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는 타이레놀과 판콜에이가 안전상비약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부작용 범위가 좁고, 안전성도 어느 정도 규명됐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계현 소비자주권연대 사무총장은 “안전상비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중에서도 오남용 정도가 심하지 않아 국민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제품들”이라며 “약국은 편의점보다 숫자도 적고, 24시간 운영하지 않아 위급 시 소비자의 약 접근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실제 편의점 상비약이 가장 잘 팔리는 요일은 약국이 문을 닫는 토요일과 일요일, 시간대는 오후 8시~자정이다.

이들 단체는 일반의약품에 대한 약사들의 안일한 복약지도가 안전상비약 도입을 불렀다고 지적한다. 복약지도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약 복용을 위해 약사가 환자에게 관련 사항을 알려주는 것을 말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경실련에서 2011년 상비약 판매 시 약사들이 복약지도를 하는지 조사한 결과,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결국 이런 약품들은 특별한 복약지도가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편의점 약 판매 축소를 논의하기에 앞서 부작용 가능성을 소비자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복지부는 다음달 8일 ‘6차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 회의’를 통해 편의점 판매 약품 확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8개월간 5차례의 회의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던 제산제와 지사제가 추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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