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3대 기획사가 동반 하락 중이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는 31일 전 거래일 대비 750원(-1.91%) 하락한 3만8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SM은 중국 시장 내 잠재력이 가장 높은 기획사로 평가받으며 한한령(限韓令) 해소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대비 주가가 크게 올랐다. 또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에 부합하는 2분기 실적 기대감에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30일부터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JYP) 또한 전일 대비 500원(-2.16%) 내린 2만2700원에 마감했다. JYP는 갓세븐·트와이스 등 소속 가수들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지난해부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지난달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가 JYP의 새 비전인 ‘JYP 2.0’을 발표한데 이어 트와이스의 국내 활동, 2분기 호실적 예상 등이 겹치며 지난 13일 52주 신고가(2만7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 이후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 역시 전일보다 내린 700원(-2.06%) 내린 3만3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룹 빅뱅의 군 입대와 함께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던 YG는 지난달 블랙핑크 컴백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지난 13일 4만원선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SM·JYP와 함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 호실적 전망에도 주가 하락한 이유는?

증권업계는 이들의 동반 약세가 각 사의 실적 전망이나 경영상 문제때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증권은 SM의 2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68.2% 늘어난 1139억원, 영업이익을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2.3% 증가한 97억원으로 예상했다. JYP 또한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분기 예상 매출액 372억원, 영업이익 83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YG의 경우 빅뱅의 공백으로 전년 대비 실적 악화가 예상되지만 블랙핑크가 주요 음원차트 1위, 빌보드 메인차트 진입,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2억뷰 등을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만큼 주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 뉴욕 증시의 기술주 폭락이 국내 ‘엔터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가입자 증가 수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아 이튿날 주가가 14% 급락했다. 이어 페이스북이 지난 26일 하루 실 사용자수(DAUㆍDaily Active User)가 예상치를 하회했다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19% 폭락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각 기획사에서 특별한 주가 하락 요인은 없었다”며 “미국 기술주 하락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미디어·엔터 관련 종목 주가가 함께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반기 중 ‘아이돌 굿즈(아이돌 관련 상품)’ 시장 점검에 나설 경우 엔터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지난 1월 ‘2018년 업무계획’에서 새로운 기술·유형 거래 분야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자 연내 청소년 거래비중이 높은 아이돌 굿즈 등 사업자의 의무이행 여부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아이돌 굿즈 시장 매출이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공정위가 제재에 나설 경우 3대 기획사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걸그룹 전성시대’ 하반기 실적 개선 이끌까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들 주가가 단기적 조정 구간을 거칠뿐 하반기 상승 요인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연말에 각 사 소속 가수들의 공연·해외투어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실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3대 기획사의 하반기 실적에는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춘 보이그룹뿐 아니라 성장가도에 오른 걸그룹들이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SM 소속 레드벨벳은 다음달 6일 컴백을 앞두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빨간 맛’, ‘피카부(Peek-A-Boo)’, ‘배드 보이(Bad Boy)’ 등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일본 내 한류의 불씨를 다시 살린 JYP 트와이스는 오는 9월 첫 정규앨범 발표를 시작으로 일본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 9월 말에는 일본 4개 도시에서 9회 아레나(경기장) 공연이 예정돼있다. 

YG의 블랙핑크도 글로벌 팬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해외로 나선다. 먼저 지난 26일 일본 오사카를 시작으로 일본 3개 도시에서 7회 아레나 투어를 개최한다. 9월에는 북미·유럽 시장 마케팅이 예정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의 사례처럼 현재 아이돌 시장은 유튜브 등 수익구조 다변화로 한 번 인기를 얻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며 “하반기 각 사 인기 아이돌그룹의 컴백과 공연·해외투어 예정돼있어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의 하반기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가수들의 국·내외 공연이 4분기에 많이 열리기는 하지만 그 이익이 바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어서 실적 계절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아직 정확한 하반기 실적 전망과 주가 흐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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