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객 인성·평판 조회까지 신용평가 기준에 활용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개개인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NS) 이용 데이터가 신용평가에까지 활용되는 시대가 왔다. 쉽게 말해 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쓰인다는 얘기다.

SNS에 올린 글에서 맞춤법 오기 여부에 따라 고객의 신용등급이 평가되고, SNS의 ‘조상격’으로 여겨지는 페이스북의 게시글 내용에 따라서도 해외에선 신용등급 평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 맞춤법이 정확한 사람이 약속을 잘 지킨다는 통계에 따른 것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바로 신용등급이고, 이 등급에 따라 금리와 한도가 달라지는데 내가 가입한 수많은 SNS가 신용등급을 높이고 낮추는 변수가 되다니 다소 의아할 수 있다.

물론 국내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해외에서는 현재 SNS 데이터 수집이 개인의 신용등급 책정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맞춤법이라는 비(非)신용 및 재무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하고 있는 미국 역시, 이를 처음 도입하는 과정에서 “황당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신용평가사들이 고객의 신용평가에 이를 접목시킬 정도로 인정받는 기술이 됐다. 때문에 국내 실현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아 보인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고객 행동 분석·온라인 평판 조회·인성테스트까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해외 핀테크 기업이나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SNS와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행동분석, 비금융 거래정보 분석, 온라인 평판 조회, 인성테스트 등의 방법으로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이중 맞춤법 오기 여부로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것은 고객의 행동분석 영역에 포함된다. 글쓰기, 쇼핑행태, 상품약관을 읽는 시간 등 다양한 고객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대출 상환의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맞춤법이 신용평가 잣대가 된 이유는 다소 간단하다. 하버드대학 아심 크와자(Asim Khwaja) 교수의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아래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대출자는 틀리는 대출자에 비해 평균 15%가량 덜 연체한다’는 연구결과에 기반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사람일수록 원금 상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특성을 이용해 이를 신용평가 변수로 활용했다. 독일의 신용평가사 크레디테크(Kreditech)가 대출 신청서상 맞춤법, 문장 특성 등을 파악해 대출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꼼꼼한 사람은 연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상품약관을 제대로 보지 않고 ‘확인’을 곧바로 클릭하는 사람은 신용도를 감점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비금융 거래정보를 분석하는 방법도 있다. 대학생, 사회초년생, 주부처럼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씬 파일러(thin filer)를 대상으로 비금융 회사 또는 공공기관과 거래한 실적을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핀테크 기업들은 통신료와 전기료, 수도료, 임대료 등의 지불금액 또는 납부여부 등을 판별해 신용도를 분석하는데, 이 기법의 도입으로 5300만명의 미국인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얻었다.

이는 국내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통신비만 잘 납부해도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신용도 평가에 통신비와 공과금 및 민간보험료 납부 등 비금융정보 활용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공공요금과 통신비 납부실적만 적용됐다면 앞으로는 민간보험료 납부와 체크카드 실적 등도 포함된다.

온라인 평판 조회도 해외에서는 신용리스크를 평가하는 한 방법이다. 온라인상에서 대출 신청자와 관련된 비정형 데이터를 추출해 긍정 또는 부정메시지를 판별해 신용도를 평가한다.

대출 중개업체들이 온라인 평판을 조회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데 SNS 친구 중에 연체자가 있거나, ‘자동차 사고’ ‘실직’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의 출현 빈도가 높으면 신용점수가 감점된다. 홍콩의 대출업체 렌도(Lenddo)가 이를 활용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개인이 아닌 소상공인이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SNS상 회사의 평판과 영업 활성화 정도를 확인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 사장이 대출 신청을 하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물론 미국 레스토랑 리뷰 사이트의 평점까지 조사해 신용등급에 반영한다.

고객의 인성까지 신용평가 기준에 포함된다. 심리학에 근거해 고객의 인성을 판별할 수 있는 그림이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데이터베이스(DB)의 고객정보와 비교해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그림을 선택하는 심리 테스트를 기반으로 신용도를 평가하는 모델도 개발됐는데, 정해진 시간에 각기 다른 이미지를 보고 본인의 느낌을 항목 중에 고르면 그 정보로 신용도가 평가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만약 100달러가 생긴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평소 나의 책상 위 정돈상태는 어떠한지’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평소 본인의 습관 또는 성격을 단시간에 파악하여 신용도를 측정한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신선하다” Vs “신용평가 부적합"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신용평가 기준의 등장에 우려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선한 평가 방식이나, 국내에서 현실화되기에는 아직까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기계가 감정도 분석하고 성격도 분석해낼 만큼 기술적인 진보가 이뤄진 상황이니 SNS에 무의식 중에 남기는 정보를 통해 사람의 신용을 평가하겠다는 발상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며 “은행에서 일반적으로 조사하는 신용평가 기준과는 다른 차원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신용을 다양한 차원에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보에 대한 프라이버시 문제나 모든 것이 신용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오면 SNS에 편하게 무엇인가를 게재하고 공유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직장인 김고운(여·26)씨는 “맞춤법만으로 신용등급이 책정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 기준들을 신용등급에 넣는다는 자체에 의구심이 든다”며 “SNS의 팔로워 수나 댓글은 충분히 조작이 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지우(남·24)씨는 “SNS를 개인의 공간으로 쓰는지, 타인에게 PR하는데 쓰는지 등 각 용도에 따라 다르고, 이에 따라 맞춤법 관용에 차이가 있는데 이를 신용등급 평가 심사 기준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인다”며 “You를 U라고 쓰는 등 영어권에서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 것과 한글로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 것의 기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지영(여·30)씨도 “맞춤법이 미국에서 신용평가 기준에 널리 쓰이게 됐다면 미국에서는 인정받는 기술이 됐다는 증거일텐데, 이를 다른 나라에까지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사람들은 SNS로 자신의 모든 것을 개방하는 한편, 사생활 보호에 매우 폐쇄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한 한국인들의 반응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