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보건의료단체 '건보재정에 부담'
김동연 부총리와 인사 나누는 이재용 부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정부와의 소통간담회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건강보험 약가 인상을 요구한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 입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가격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일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오리지널 약가가 올라가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가 20~30% 인하되는데 이는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해당 규정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고한승 사장은 “미국과 유럽의 경우 시장의 자율 경쟁과 입찰을 통해 약가가 결정된다”며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자발적인 시장 경쟁에 참여해 합리적인 약가를 형성하면 바이오시밀러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의료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약을 복제한 바이오 의약품을 말한다.

국내 약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업체 간 협상으로 결정된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70%까지 약가를 받을 수 있는데 2016년 규정이 개정되면서 일부 품목은 80%까지 가능하다. 반면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기존 약가의 70~80% 수준으로 보험약가가 인하된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과는 같지만 늦게 출시돼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바이오시밀러는 가격으로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약가 정책에서는 바이오시밀러가 나오면 오리지널 가격이 인하되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는 가격 차이가 없으니 쓰던 약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삼성 측의 요청은 바이오시밀러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리지널 제품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달라는 취지로 보인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삼성의 요구는 바이오시밀러 약가는 2016년 이미 한차례 올렸으니 오리지널 제품 약가를 덜 깎아 자사 제품 약가를 보전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중증 암 환자에게 쓰는 약이 많은데 가격의 95%를 정부에서 지원한다”며 “약가 인하 규정을 없애달라는 것은 건보재정에 부담을 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약가 인하 규정을 없애 건보재정에 부담을 주겠다는 의도가 아니다”며 “국내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바이오시밀러도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오리지널 약가를 유지함으로써 바이오시밀러의 안정적 개발을 유인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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